때론 조금 차갑고 / 조금 복잡해도 / 우리가 있는 서울 서울이 나는 좋아
—어반 자카파, <서울 밤>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들은 곡입니다. 제목처럼 도회적이고 감성적인 노래예요.
노래를 듣고 대학로의 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떠나 왔지만 스무 살 때부터 10년 정도 대학로에 살았어요. 정확히는 대학로 옆 명륜동이지만 거기서 거기죠.
대학로는 두 얼굴을 갖고 있죠. 먼저 혜화역을 나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번화한 거리. 여러 소극장, 개성 있는 카페, 크고 작은 음식점들이 모여 있고 항상 젊은 연인과 학생 무리로 붐비죠.
연극 한 편 보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자주는 아니어도 종종 제 삶의 활력소가 되던 일이었습니다. 연극을 보다가 문득 나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극 동호회 활동까지 하게 됐죠.
그게 대학로의 첫 번째 얼굴이라면 두 번째 얼굴은 거리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타고 오르면 나오는 이화동과 낙산공원입니다. 날씨 좋은 날 공원에 오르면 멀리 종로까지 서울 시내가 훤히 보이죠. 저는 높은 건물들이 우뚝 서 있는 그 현대적인 풍경이 좋았습니다. 제가 이전에 20년 동안 살았던 지방 소도시에서는 못 보던 풍경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스무 살 때 상경해서 입이 쩍 벌어졌던 때가 생각나네요. 종로에 갔어요. 우와, 전면에 유리창이 수백 개쯤 달려 있고 고개를 수직으로 젖혀야 꼭대기가 보이는 건물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는데 장관이었습니다. 빌딩 숲이란 거 제 고향에서는 본 적 없었어요. 고향에는 그런 빌딩이 거짓말 안 하고 도시 전체에 딱 하나 있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서울 영화관에도 갔는데요, 지금은 없어진 종로 씨네코아요. 맙소사. 표를 살 때 좌석을 지정하네요? 제 고향에서는 그냥 표 달라는 사람 표 다 주고 알아서 앉으라는 식이라서 계단에 앉아서 볼 때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영화관에 들어가면 지린내, 담배 냄새가 진동하고 좌석 가죽은 터져서 스티로폼이 튀어나와 있고 정말 쾌적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는데, 서울 영화관은 카펫 재질 바닥재가 깔려 있고 좌석은 깔끔한 패브릭으로 싸여 있는 데다 어디선가 은은한 향까지 나는 게 가히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서울에 반했습니다.
종로는 지금도 그리운 곳입니다.
머리가 답답할 때나 집에서 빈둥대는 것도 지겨울 때면 종로로 산책을 갔어요. 명륜동에서 창경궁 지나 창덕궁 찍고 인사동 건너 종로 통과 후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쭉. 느긋하게 걸어서 1시간쯤 걸렸던 것 같은데 그 길이 참 좋았습니다.
왜 좋았는가 하면 도로를 기준으로 한편에는 고궁이 서 있고 맞은편에는 현대식 주택과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과거의 영광과 현대의 일상이 교차하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었어요. 그게 서울의 특색이기도 하죠. 아마 대한민국 어딜 가도 그런 곳 없을 거예요.
그렇게 교보문고까지 가서 새로 나온 책들과 잘 나가는 책들과 잘 나가고 싶은 책들을 휙 둘러보고 다시 집에 오면 머리는 개운하고 몸은 피곤하고 잠이 솔솔 왔죠.
아, 그립습니다. 종로를 걷던 저녁.
이젠 서울 떠나온 지도 5년이 넘었네요. 다시 가서 살라고 하면? 못 살죠. 서울 집 구하려면 지금 사는 집 면적을 절반으로 깎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건 아내와 아이에게 못 할 짓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부자가 되면 돌아가고 싶어요.
서울이 너무 좋아서 제2의 고향이라 떠들고 다녔으니까 부자가 돼서 돌아가면 금의환향이겠군요.
한강을 내다보는 집에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