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으면 일을 왜 해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돈이 문제가 안 된다면 어떤 일을 하겠는가?

—수지 무어, ⟪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



묵상

자기계발서에 많이 나오는 질문이죠. 돈 안 벌어도 되면 무슨 일 할래?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한 질문이라고 하지만 저는 저런 걸 왜 묻지 싶습니다. 아니, 돈 안 벌어도 되면 일을 왜 해요, 그냥 놀지.


예전에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을 신봉했어요. 노동이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돈을 벌려고 노동을 몇 년 해본 후에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 안 하고 먹고사는 게 최고예요. 몸 편하고 마음 편하고 얼마나 좋아요.


노동이 왜 신성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신성한 거면 왜 다들 노동 안 하고도 돈 벌려고 주식에 투자하고 부동산에 투자할까요.


저는 놀이야말로 신성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거는 없어요. 그냥 노는 게 좋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돈 안 벌어도 되면 저는 일 안 할 겁니다. 쉰 살 되기 전에 돈 왕창 벌어서 일에서 해방되는 게 목표예요.


그러고는 놀 거예요. 책 보고, 영화 보고, 게임하고, 아이랑 나가서 뒹굴고, 퍼스트 클래스 타고 여행 다니고, 전 세계 맛집 순방하고, 출판사 차려서 책 내고.


응? 출판사 차려서 책 내는 건 일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놀이입니다. 그냥 내가 좋아서 심심풀이로 재미 삼아 하는 짓이니까 놀이죠.


돈 많이 벌면 출판사를 차리고 싶어요. 사명은 벌써 정했습니다. 졸라뻔북. 무척 재미있는(fun) 책들만 골라서 내는 출판사란 뜻이죠.


심심할 때 낄낄대며 시간 때우기 좋은 책, 기분이 처졌을 때 읽으면 웃다가 기분 좋아지는 책, 그런 책만 골라서 낼 거예요. 어떤 심오한 메시지 같은 건 담고 있지 않아도 좋아요. 오락성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책이라도 좋아요. 재미있으면 그만이죠.


올초에 제가 몇몇 출판사에 출간기획서를 돌린 영어 소설이 있어요. 정신병원을 나온 스파이 이야기인데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다 읽었어요. 그래서 저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혹시 한국 출판사랑 계약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길래 당장 기획서를 작성해서 출판사들에 출간 의사를 타진해봤죠.


결과는 전부 거절. 국내 출판사들이 보기에는 시장성이 없는가 봐요. 전 재미있었는데 말이죠. 아, 내가 돈 많으면 번역해서 출판하고 싶다 했죠.


돈 많이 벌면 국내외에서 그런 작품을 발굴해서 출간할 거예요. 다른 거 다 필요없고 재미 하나만은 확실히 보장하는 작품들.


아, 생각만 해도 좋네요. 돈 걱정 안 하고 책이나 읽고 책이나 내는 삶이라니. 지긋지긋한 노동 따위 안 해도 되는 인생이라니.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도

법 안 어기고 남의 것 안 뺏고 정직하게 떼부자가 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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