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시간 10분, 20분은 내게 무가치한 시간이 아니다. 나는 시간을 보내는 최고의 방법을 연마해왔다. 글을 쓰고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는다. 어디든 자리잡고 앉을 공간과 책 한 권, 수첩 하나, 펜 한 자루만 있다면 몇 시간이고 시간을 소중하고 알차게 쓸 수 있다.
—진민영, ⟪조그맣게 살 거야⟫
연애 시절에 아내는 약속 시간에 늦는 일이 많았습니다. 일부러 약속을 어기는 게 아니라 업무량이 워낙 많다 보니 시간에 맞춰 나오질 못했어요.
특히 교수님 밑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는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중에 나올 수가 없어서, 또는 실험을 걸어 놓고 수시로 기계를 확인해야 해서 약속 시간이 1시간이 지나도록 못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 만약에 제가 못 참겠다고, 다 때려치우자고 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가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제가 혼자 시간을 때울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집 밖에서 시간을 때우는 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독서. 책만 있으면 카페에서 한 시간은 거뜬히 버텨요. 날씨 좋으면 야외 벤치 같은 데 앉아서 읽어도 좋고요. 더군다나 요즘은 전자책을 들고 다니니까 이 책 읽다가 재미없다 싶으면 바로 저 책으로 갈아탈 수 있어서 더욱 시간이 잘 갑니다.
다른 하나는 산책. 언제부턴가 걷는 게 좋아졌어요. 그냥 아무 목적 없이 거리를 걷는 거예요. 이런저런 가게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집들도 보고. 기왕이면 특색 있는 가게나 세련된 건물이 많고 사람 많이 다니는 거리가 걸을 맛이 나죠.
얼마 전에 서울에 볼 일 보러 갔다가 일이 일찍 끝나서 친구와 약속한 시간까지 1시간이 비었는데 모처럼 합정동부터 홍대까지 걸으니까 좋더라고요. 왠지 ‘유동 인구 많은 번화가’보다는 ‘힙한 사람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느낌의 거리는 지방에서 좀처럼 찾기가 어려워서요.
독서도 산책도 돈이 별로 안 들어서 좋아요. 산책이야 아예 돈 들 일 없고 책도 제가 번역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한 권에 15,000원까지는 비싸다는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거기다 거추장스럽게 뭐 많이 준비해야 하는 것도 아니죠. 독서야 요즘 저는 전자책 리더기 하나 들면 끝이고 산책이야 어차피 밖에 나갈 때 신발은 신고 나가니까 따로 챙길 것도 없고요.
늘 생각하지만 독서와 산책은 저렴하고 간편하고 시간 때우기 좋은 취미예요.
우리 애도 책 읽고 걷는 거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