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끝까지 해봐. 그래야 오빠가 갖고 있는 의문이 풀리지. 하다 말면 그거 평생 안 풀릴걸.
—아내
이 <오늘의 말씀 묵상>이란 매거진을 시작할 때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써보겠다고요.
그런데 이제 9일 차인데 너무 힘들어요. 새벽부터 일하면서 중간중간 애 보다가 저녁밥 먹고 설거지까지 다 마치면 8시쯤 되는데, 그러면 또 이것저것 정리하고 책 좀 읽고 하다 보면 금방 9시, 10시죠.
그때부터 글을 쓰려고 하면 피곤해요. 저는 원래 아침형 인간이라 아침에 제일 쌩쌩하고 저녁에는 6시 넘어가면 기력이 쭉 빠지거든요. 그래도 꾹 참고 글을 쓰면 긴 글도 아닌데 또 1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그러고서 잠들면 일찍 자면 11시, 늦게 자면 12시죠. 그러고서 또 새벽 5, 6시 되면 애 울음에 깨는 겁니다.
잠이 부족하니까 낮에 일하는데 효율이 떨어지고 밤에 글 쓰는 것도 잘 안 써져요.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하는 건 나에 대한 의심이랄까, 회의감입니다.
매일 이런 글을 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거죠. 이게 남들한테 재미든 도움이든 뭐라도 주는 게 있나, 그저 주절주절 별 영양가 없는 신변잡기나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럴 바에 그냥 일찍 잠이나 자는 게 일과 육아에 도움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맴돕니다.
그래서 글에 집중이 잘 안 되고 의욕이 떨어져요. 그나마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간신히 의욕을 붙잡아두고 있긴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글을 쓰다 말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나 매일 글 쓰는 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왜 매일 쓰고 싶은데?
—나도 모르겠어. 그냥 1년 동안 쭉 써보고 싶어.
—그러면 어떻게 될 거 같은데?
—몰라. 그때 가봐야 알겠지.
—그럼 끝까지 해봐. 그래야 오빠가 갖고 있는 의문이 풀리지. 하다 말면 그거 평생 안 풀릴걸.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내가 왜 1년 동안 매일 글을 쓰려고 하는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무의식에 어떤 욕구나 불만, 혹은 기대가 숨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발굴하겠다고 글을 쓰다가 중도에 포기해버리면 그 정체 모를 뭔가는 계속 무의식에 남아서 자기를 찾아 달라고 보채거나 은근한 미련으로 저를 괴롭히겠죠.
결국 그 정체를 밝히려면 녀석이 바라는 대로 1년간 쭉 글을 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글 쓰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내 글이 못나 보이고 회의감이 든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저는 원래 시작은 느리고 포기는 빠른 남자지만 이번에는 포기를 할 때 하더라도 최대한 늦춰보렵니다. 2020년 6월 19일까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속 써보겠습니다.
내 글도 남의 글처럼 관대하게 보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