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여행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반나절씩 걸려 어딘가로 이동하거나 하지 않고, 지역도 잘 옮기지 않는다. 비행기표 알차게 쓰겠다는 포부로 대륙 횡단을 감행하지도 않는다. 나라 한 곳, 그중에서 마을 한 곳을 별 생각 없이 선택해, 어깨 너머로 구경하고 배우고 경험하고 성장한다.

—진민영, ⟪조그맣게 살 거야⟫



묵상

전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집에 있으면 세상 편한데 굳이 왜 싸돌아 다니냐 주의예요.


국내 여행은 어차피 여기나 거기나 다 똑같은 한국인데 뭐 특별한 게 있겠냐 싶고, 국외 여행은 오다가다 시간 다 가고 말 안 통하고 음식 안 맞는 곳에 뭐하러 수십, 수백만 원씩 쓰면서 가냐 싶습니다. 그 돈이면 피자가 몇 판인데!


다만 외국으로 간다면 딱 한 도시만 골라서 넉넉잡아 한 달쯤 살아보고 싶긴 합니다. 특별히 뭘 보거나 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내키는 대로 걷다가 카페 들어가서 차 마시면서 책 보고 식당 가서 이것저것 먹어 보고 이 가게 저 가게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거나 뭔가 교훈 같은 걸 얻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내가 평소에 살던 곳과 다른 곳에서 평소와 다른 기분으로 살아보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과연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일주일쯤 지나면 ‘이게 다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도 같아요. 저는 뭘 하든 쓸데없이 의미를 고민하면서 멀쩡히 잘 있던 의미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없애버리는 회의론자거든요. 그냥 그렇게 생겨먹었어요.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학회 가는 아내를 따라 벨기에에 갔던 때가 떠오르네요. 헨트(겐트)라는 도시에서 며칠 머물렀는데 낮에 아내가 학회에 참가하는 동안 저는 오전에는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가 정오쯤 되면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 먹고 오후에는 시립 도서관에 가서 마감을 앞둔 번역 원고를 검토했어요. 그리고 저녁에 아내를 만나 같이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죠.


그때 얘들은 무슨 사이드로 나오는 감자튀김을 양동이째로 줘, 라고 그 어마어마한 양에 감탄이랄지 경악이랄지 했던 것과 아마데우스였던가요, 그 동네에서 유명한 무한리필 폭립 집에 가서 또 얘들은 이렇게 큼직큼직한 고기를 계속 리필해줘도 남는 게 있나, 하고 역시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때 썩 재미있진 않았어요. 그렇다고 힘들거나 싫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별 감흥이 없었어요. 이국적인 풍경 속을 걷는 것도 몇 시간 했더니 지루하더라고요. 가게라고 해봤자 옷 가게와 소품 가게 일색이라 별로 볼 것도 없고, 음식은 기름진 게 많아 좀 부담스럽고.


그러고 보면 어디 한 군데서 한 달 묵는 것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요. 역시 전 여행 체질은 아닌가 봐요. 집에서 피자 시켜놓고 텔레비전 속이나 여행하는 게 최고죠.



기도

세계에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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