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는 말 안 했는데 사실은……
—우리 엄마
요즘 억돌이(8개월)는 부쩍 짜증과 신경질이 거세졌습니다. 단순히 횟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아주 강력하게 성질을 내요. 뭔가 못마땅한 게 있으면 아빠, 엄마 귀청이 떠나가라 악을 씁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소리 듣자면 어휴, 저 놈 새끼 아가…… 주둥…… 입을 확 때려뿔라, 싶을 때도 있어요.
“저 성질머리 어디서 온 거고?”
저랑 아내가 요 몇 주간 논쟁하던 문제입니다. 장모님 말씀으로 아내는 순했대요. 그럼 저는?
이번에 모처럼 어머니가 오셔서 아내와 셋이서 식사하는 중에 여쭤봤습니다.
“엄마, 나 애기 때 저랬어요?”
“아니, 니는 순했다.”
아니, 그럼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사건은 더욱 깊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어머니가 떠나실 시간이 됐습니다. 아내와 억돌이는 집에 있고 제가 차로 어머니를 터미널로 모셔다 드렸어요.
터미널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어머니가 말씀하시더군요.
“아까는 억돌이 엄마가 있어서 말 안 했는데…… 사실은 억돌이 니 성격 쏙 닮았다.”
맙소사! 그게 내 유전자였다니…….
집에 와서 그 말을 했더니 아내는 그럴 줄 알았다며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제가 언젠가 억돌이한테 “니는 나중에 니 같은 아들 낳아서 똑같이 당해봐라!”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저희 아버지도 저한테 그러셨던 것 같아요. 후, 그럼 제 손자도 저 모양이겠네요.
이제는 이 성질머리의 대물림을 끊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