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이 싫었는데 그때 느낌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나, 미술 학원에서
요즘 아크릴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맨날 일하고 애 본다고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으니까 좀 활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요. 아무리 집돌이라도 가끔씩 대외 활동을 해줘야 내 안에 갇히지 않고 나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도 맑아지고 하는 것 같아요.
근데 너무 어려워요. 물 조절을 잘 못해서 색이 너무 묽거나 뻑뻑하게 칠해지기 일쑤고, 경계선을 반듯하게 못 칠해서 죄다 삐뚤빼뚤하고, 하도 덧칠을 하다 보니 어떤 부분은 물감이 떡이져 있고 합니다.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이 싫었어요. 학교에서는 주로 수채화를 그리잖아요. 근데 스케치는 뭐 그럭저럭 하는데 색칠은 개차반인 거예요.
왜 수채화는 레몬이면 노란색 하나만 칠하는 게 아니라 어디는 연한 노란색, 어디는 짙은 노란색 이런 식으로 명암을 표현하잖아요. 그게 내 뜻대로 안 되는 거예요. 남들은 색깔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잘만 칠하는데 저는 명암의 경계가 너무 뚜렷한 겁니다. 그래서 고친다고 계속 색을 칠하다 보니까 도화지가 심하게 젖어서 구멍이 뻥뻥 뚫렸죠.
다행히 아크릴화는 캔버스에 그려서 구멍이 날 일은 없지만 색칠이 안 되는 건 그때랑 똑같아요. 답답합니다. 그래도 취미로 하는 거라 못 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성적 걱정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 압박감은 없어요.
다 그리고 나서 보면 엉망이에요. 그래서 내가 이걸 배워 뭐 하나, 시간 낭비나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집에 오만 잡다한 거 놔두기 싫어하는 저는 그림 가져온 거 싸그리 불태우고 싶어요. 근데 아내가 안 된대요.
제 그림 속에 우리의 추억이 담겼대요. 저는 그냥 남의 그림들 베껴 그렸을 뿐인데 그걸 보면 우리가 언젠가 여행 가서 밤길을 걷던 것, 이탈리아의 알록달록한 건물들을 구경하던 것이 생각난대요.
그렇게 오만 데서 추억 찾으니 내가 뭘 버리질 못해요! 애초에 뭐든 집에 안 들여야겠어요.
미니멀하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