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우/ 천천히 더 소중하게 캘리그라피에세이
“강은 알고 있어.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도착하게 되리라는 것을”
- 곰돌이 푸우 중에서
작년 12월, 새 생명이 태어났다. 9년 만에 맞이한 우리의 두 번째 아기. 첫 아이를 낳을 때에 비하면 노산인데다 몸도 좋지 않았던터라 임신 5개월 만에 일하던 작업실을 정리하고, 강의를 접었다. 집에서 이어가던 작업도 아이를 낳은 후엔 완전히 그만둔 채였다.
몇 달간의 휴식기.
한동안은 일을 잊고 오롯이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부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일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워킹맘들이 그렇듯,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아이를 내 손으로 직접 키우고 싶은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아주 조금만 예전의 일에 다시 발을 들여보기로 했다.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남편이 퇴근하고 나면 컴퓨터 작업을 하며 일을 했다. 물론 육아와 일, 틈틈히 집안일까지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새벽에 깬 아기를 겨우 다시 재우고, 작업을 하러 갈 때면 몸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잠깐이라도 일을 하고 나면, 엄마로서의 삶과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은 하면 할수록 욕심을 불러왔다. 예전처럼 작업실도 다시 가지고 싶고, 강의도 나가고 싶고, 그동안 계획하고 있던 새로운 일들도 시작하고 싶었다. 이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과 두려움은 욕심을 더욱 키웠다.
그래서 잠시 멈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일하는 것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역시 일보다는 아이였다. 난 내가 돌쟁이 아기를 타인의 손에 맡기고 일을 할 수 없는 성향이란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맞벌이였던 부모님 아래서 자란 탓인지, 대학생 때 배운 교육심리학의 영향인지, 아이가 어릴 때 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고 싶었다.
어느 광고에서는 엄마라는 경력이 스펙한 줄 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괜찮다. 몇 년정도 커리어에 발전이 없다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머지않아 이루게 될 일이다.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될 것이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교사를 꿈꿨었다. 아이를 낳던 해까지 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국 면접에서 떨어졌다. 아쉬움이 컸지만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전업주부를 선택했다. 그리고 막연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 '내가 갈 수 있는 자리가 그 때까지 남아있을까’ 불안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이곳저곳으로 강의를 나가는 강사가 되었고, 작업실에서 글씨를 쓰고 독립출판을 하고, 가끔 전시도 하는 작가가 되었다. 남들보다 조금 오래 걸렸지만, 나의 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살다보면 상황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것을 버리거나 잠시 미뤄두어야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만의 삶의 목표와 가치관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그 모습이 분명하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라도, 우리는 결국 그 곳에 도착할 것이다.
written by 글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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