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왜 미화되는가

추억 보정효과

by 글쓰는 몽상가 LEE


추억과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류를 일으키는데, 요즘은 이러한 현상을 추억보정이라고 한다.

왜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떠올릴 때,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다 못해 좋았던 시절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의 유년시절은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에 정리했었다. 요즘 태어나는 아기들은 핸드폰에 모든 사진과 영상이 저장되니까 굳이 앨범을 따로 만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디지털카메라가 상용화되고 핸드폰 화소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고부터는 인화해서 앨범을 만드는 일이 없어졌으니까.


무튼 지금은 인스타에 존재감이 작아졌지만 한때는 많이들 이용했던 카카오스토리.

나는 카카오스토리를 비밀 일기처럼 사용했다. 사진과 그때의 상황, 느낌들을 글로 남겨 차곡차곡 기록을 쌓았다. 2015년부터 기록을 시작했는데 인스타가 등장하고부터는 인스타에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아직도 가끔 카카오스토리를 열어본다. 2015년이 벌써 10년 전이라는 사실이 슬프면서도 소름 돋는 현실을 느끼면서 사진을 하나씩 클릭한다.


그때의 나와 친했던 인연들, 지금까지 연락하고 인연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나 된다는 것에 새삼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분명 인연이 끝난 것엔 이유가 있는데 그때의 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이때 재밌었고 좋았는데.'라고 생각했다. 사진을 남긴 당시에는 사이가 좋았던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 인연과의 시간에서 화나고 슬픈 상황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힘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인연이 마무리된 게 아닐까 싶은데, 나의 추억 회로는 우울하고 힘든 기억에 방어하듯 좋은 기억만을 띄우고 있었다.






사진을 보다가 예전에 재직한 회사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보았다. 그 회사도 좋은 점이 있었지만 불합리하고 힘겨운 것이 많아서 고심 끝에 퇴사를 하게 되었던 곳이었다. 같이 일한 구성원들에게 악감정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꽤나 내 마음을 괴롭게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 좀 더 버티고 다녔으면 지금보다 좋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렇게 힘들고 괴로워서 몇 달을 고민 끝에 퇴사했음에도 5-6년이라는 세월이 고통을 희석시킨듯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 선택에 후회를 얹어 심지어 미화까지 하려고 한다.


지금 내가 이직을 준비하는 것도 나의 커리어 성장과 발전을 위함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미래의 내가 현재의 회사의 좋은 점을 극대화해서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물론 추억과 기억이 아름답고 즐거운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것엔 양면의 날이 있듯,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스러운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며 덮어지는 것이겠지.


지난 추억을 떠올리면서 위안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혹여나 추억보정에 매료되어 지난날의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고 후회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물론 철없던 시절에 섣부른 선택은 후회를 남기겠지만 어찌 됐던 그때의 나는, 그때의 당신은 그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아름다움과 행복함으로 기억하는 추억보정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시절이 좋았고 즐거웠다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과거의 미화에 사로잡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리움과 좌절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추억보정은 또 다른 소소한 행복일 테니까.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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