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만 말하는 건데'의 함정
영원한 건 절대 없다.
세상은 1분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의 흐름, 세포의 형성 등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것 중 하나는 '말(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은 한번 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뱉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간관계는 말로 시작해서 친밀감을 형성하고,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대화의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그 관계는 지속되고,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유치원에 다니는 순간부터 인간은 본격적인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학교와 직장을 거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으면서 친한 친구도 생기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평화롭게 인간관계가 유지되면 좋겠지만 이간질이나 억울함과 같은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나는 말주변이 좋지 않아서 말하기보다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나에 대한 신뢰도 물론 있었겠지만 '비밀유지'가 될 안정성이 컸기 때문도 있었을 거라고 본다.
"이거 말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우린 친구니까 너희들한테만 말하는 건데, 진짜 진짜 우리끼리만 알아야 해!"
학교 다닐 때는 사소한 이야기조차 거창한 비밀처럼 떠돌곤 했다. 비밀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유대관계가 끈끈해지는 느낌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학생 때 비밀이라고 하는 것들은 시시콜콜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그 정도는 '피식'하고 웃을 정도의 귀여운 비밀이랄까.
가령 나의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는 것이 질투 나서 이간질을 한다거나, 친구의 약점과 비밀을 전달하는 등 말이다. 물론 그 수위가 선을 넘으면 더 이상 귀여운 수준이 아니지만 말이다.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류의 사람들은 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한다. 처음 보는 사람은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이상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사람은 친해지고 아니면 아닌 것으로 둔다.
그런데 유독 처음부터 살갑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성향이 안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한 상당수는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더더욱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나는 제삼자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선입견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반드시 나에게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마다 결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경험하고 듣는 것이 아니라면 경계하는 것이 좋다.
저렇게 친절하게 다가온 사람은 내게 특급 정보라도 주듯이 조용하게 속삭인다.
"이거, 글몽씨만 알고 있어요. 사실 옆부서에 누가 누가 그러니까 저러니까 어쨌고 저쨌고 정말 글몽씨가 걱정돼서 말해주는 거니까 다른 사람한테 말하진 말고요."
졸지에 나는 비밀을 공유받은 사람이 되었다.
정작 나는 이야기 속에 저 사람이 누군지도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강제로 비밀공유를 받으면 헛웃음이 난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특급 비밀을 이야기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겠구나'싶었다.
내가 이미 글을 연재하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비밀유지의 조항은 깨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글에서 전하고 싶은 것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절대 없고, 특히나 입에서 나온 말은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이 혹시나 다른 누군가가 알게 되었을 때 내게 타격이 크지 않을지 생각해 보고 그래도 괜찮다면 말해도 된다. 소위 앞에서도 못할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라는 말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