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컨디션이 정신에 영향을 준다. 체력이 물질적으로 다른 존재에 미칠 수 있는 힘의 크기라면, 정신력은 추상적으로 다른 존재에 미칠 수 있는 힘이다. 마라톤을 할 때 체력이 뒷받침돼야 어떤 한계점에 도달하는 가능성이 실현되고 그 과정의 질이 높아지듯이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추상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깊이가 더 깊어지고 좀 더 치밀해진다. 육체나 정신이나 똑같은 힘이다.
정신력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어휘의 풍부함, 부분을 작성하면서도 전체를 놓치지 않는 시선, 수정에 대한 끈기 등에 영향을 준다. 짧게 말하면 부여잡고 놓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신은 게일러 지고 체력에게 휴식을 요하는 방향으로 지시를 내린다. 그러한 상황에서 억지로 써 내려가는 글은 그 정신이 담기기 때문에 건강함이 다소 부족한 상태로 생산된다. 글이란 어떻게 보면 작성될 시점의 정신상태를 옮겨 놓는 것에 불구하기 때문에 좋은 상태에서 그 좋은 상태가 그대로 글에 반영되고, 좋지 못한 상태에서 그 좋지 못한 상태가 그대로 담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신을 규정할 수 있는 체력에 신경 써야 하고 하루 중 어느 시점에서 정신은 휴식을 명령하기 시작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시간은 금세 흐르고 체력은 무한하지 않다.
인생은 사례를 쌓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사례를 통해 자기 자신을 판단한다. 타인만 과거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나 자신도 과거를 통해 판단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더 무섭다. 볼 수 있는 자료만을 볼 수 있는 타인과 달리, 자기 자신은 기억에 남는 한 모든 과거의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그래서, 좋은 상태일 때 무엇인가를 남겨야 한다. 내가 지금 이것을 되돌아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