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자연스러움

by 글객

'자연'이라는 말의 뜻은 '스스로 그러함'이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그러니 어떤 외부적 힘에 의해 작용되지 않은 대상의 상태, 애초부터 그러하기로 결정된 방식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무가 푸르듯, 불이 뜨겁듯, 바람이 시원하듯이 말이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그 자체로 참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워짐은 나의 가장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려 애쓰고 그러한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걸음걸이, 행동방식, 말투, 선택과 판단, 어떤 재화를 구매할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지, 누구의 강압이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설정한 방식대로 존재해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움의 추구이며 그것이 인생을 사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이 '자연스러움'의 유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의도하지 않아도 나의 자연스러움과 타인의 자연스러움은 투쟁한다. 사회란 생각과 생각의 투쟁이다. 주장과 주장의 투쟁의 근원은 생각과 생각, 생각과 생각의 투쟁의 근원은 가치관과 가치관, 가치관과 가치관의 투쟁의 근원은 정서와 정서, 정서와 정서의 투쟁의 근원은 자연스러움에 대한 정의끼리의 투쟁이다. 상대의 자연스러움을 곡해하기도 하고 그에 반문하기도 한다.


왜 유독 인간만이 자연스럽게 존재하기 어려울까. '스스로 그러함'이라는 그 말처럼 자기 자신답게 존재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울까. 인간도 자연의 산물이라면 자연이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처럼 왜 인간은 존재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조차 사실은 자연스럽게 존재하지 않는 걸까? 자연스럽게 보이는 자연조차 그렇게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사투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는 그 자연의 모습은 사실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닌 것일까? 그렇다면 자연스럽다는 말은 이미 자기모순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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