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정신력은 구호에 불과하다. 미생의 대사다. 맞는 말이다. 온전치 못한 신체는 정신력을 갉아먹는다. 집중력의 저하, 지구력의 상실. 집중력의 저하는 작업물의 디테일과 질, 밀도를 성기게 하고 지구력의 상실은 결과까지 당도하는 능력 자체를 앗아간다. 끝맺음이 부족하거나 논리가 촘촘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들어 몸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비염으로 시작된 컨디션 저하가 바이러스성 감기로 이어졌고 또 근 한 달은 알 수 없는 무기력감과 몸의 무거움으로 활력을 다 잃었다. 극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의 탓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회복능력이 상실된 듯한 기분이 든다. 다리는 금방 지치고 몸은 후들거린다.
그러다 보니 좋은 생각, 좋은 문장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한 줄 적기가 어렵고 진부하지 않은 어구들이 착착 달라붙질 않는다. 그것이 나를 조금 슬프게 한다. 확실히 나라는 인간은 나만의 표현에 대한 갈망이 있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정신의 활력과 존재의 당위성을 찾는 듯하다. 존재의 이유가 탁해지니 삶의 무기력감이 찾아온 듯하다. 원인은 말 한대로 따라주지 않는 육신인 듯하다.
확실히 몸과 정신이 하나인 것은 걸을 때 가장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광화문에서 사무실까지 걸을 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때 무엇인가 새롭고 좋은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정신은 결국 신체에 명령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신체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면 나태와 휴식을 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바퀴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를 타지 않은지 한 달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번 일요일에는 꼭 자전거를 고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