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냐

by 글객

배워서 남 주냐는 말이 있는데 가만 보면 배워서 나쁠 건 없다. 배운 건 언제고 쓸모가 생긴다. 우리 삶이 돌아가는 방식이 복잡해 보여도 결국은 공통된 본질과 몇 안 되는 레퍼토리의 반복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배운 건 그 세세한 내용이 조금 잊히더라도 어떤 형식만큼은 내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비슷한 연결고리가 발생하면 '짠'하고 신호를 준다. 물론 그 형식마저 잊히면 조금 슬프고 곤란하긴 하다.


유시민 작가는 인생이란 어떻게 생활자료를 취득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여기서 어떻게라는 말은 결국 경로를 말할 것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 자료를 취득할 것인가? 대장장이로 치면 아무리 제련기술이 좋다고 할지라도 어디서 원재료를 떼 올 것인지를 알지 못하면 그것은 기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배움이란 어떤 경로를 하나 배우는 것이다. 인생이 끊임없이 문제를 맞닥들이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통해 한 사람의 성향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버라이어티 쇼라면 배움이 많을수록 결론에 도달하는 대안이 많음을 뜻하며 대안이 많을수록 상황에 맞는 올바른 해법을 찾아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식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배울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살아남는다'는 말의 정의를 어디까지 내릴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려있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기죽지 않고 버티고 살아남는 것이다. 버티고 살아남는 것은 동물로서의 인간 삶의 본질이고 기죽지 않는다는 것은 문명화된 사회인으로서의 인간의 삶의 목적이다. 기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긍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배움은 아마 그 나아가는 힘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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