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점유할 수 없다.

by 글객

결과를 점유하려는 태도는 좋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순간의 과정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인 듯 보이는 순간들은 돌이켜보거나 혹은 인생을 멀리 보면 과정인 경우가 많다. 즉 근본적인 의미로 결과인 것은 없다는 말이다. 없는 것을 점유하려니 탈이 나는 것이다. 결과는 단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드는 특정 시점과 그 시점에서의 사건의 모습일 뿐이다.


결과를 과하게 점유하려고 하면 잃을 것들이 생긴다. 사람을 잃을 수 있고 자기 자신도 잃어버릴 수 있다. 결과를 점유하려 하면 신념이 아집으로 변질되어 주변인의 신의를 잃을 수 있고 상정한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데 따르는 자존의 상실로 자기 자신마저 잃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남는 것은 냉소뿐이다. 정치인을 두고 '다 똑같은 놈이다.' 혹은 '어차피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어'라며 허무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과도한 점유 심리가 낳는 부작용이다. 그 누구도 결과를 점유할 수 없다. 그렇게 보이는 누군가도 사실은 그렇지가 않을 것이다.


완벽함이 존재할 것 같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은 만점이라는 상태가 존재하는 객관식 위주의 수능형 입시제도가 만든 사회적 부작용이다. 마치 만병통치약과 같은 정답이 존재하는 것처럼 비치는 교육, 개인의 의견과 관점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답을 도출해내는데 착안되어 있는 교육의 현실이 많은 사람을 흑백논리에 빠트린다. 가르쳐야 할 것은 오히려 정답은 없다는 진리다. 시대와 상황은 언제나 변하며 어제의 답이 내일의 오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만 유연한 사고와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진 성숙한 인물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과정을 담당할 뿐이다. 상정하는 결과는 점유의 대상이 아니라 지향의 대상이다. 마치 태양을 손에 잡을 수 없지만 그것을 지표 삼아 살아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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