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윤리

by 글객

신념윤리는 어떤 행동이 윤리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만을 따지는 도덕관념이고 책임윤리는 어떤 행동이 낳는 예상 가능한 결과까지 예측하여 그 행위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관념이다. 우리는 모두, 의도가 순수했다고 해도 그 결과가 해악으로 남으면 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함을 알고 있다.


누구나 신념이 있다. 자기만의 당위와 논리도 있다. 그렇기 때문이 그 신념의 설파까지야 누구에게나 자유롭지만 그 구체적 행동이 공동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때에는 그것이 만들어 낼 결과까지 예측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념이 아무리 올바르다고 해도 그 결과가 신념이 지향하는 것과 배치된다면 그 신념에만 매몰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를 갖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그걸 넘어서 행동이 가져올 다양한 결과를 예측하여 신중히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세를 가져가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사실 책임이라는 것만큼 실체가 부족한 개념도 없다. 이미 만들어진 결과를 되돌릴 수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결과가 도출된 다음에 말하는 책임이란 단지 그 결과로 인해 노여워할 누군가를 달래기 위한 실속 없는 희생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되는 결과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후의 순간까지, 따져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패악을 남길 확률을 최대한 줄여나가기 위한 내재적 사투의 밀도가 어른의 자격을 만들어낸다.


명분은 중요하지만 명분만 가지고 되는 일은 없다. 낭만은 매력적이지만 낭만만 가지고 되는 일도 없다. 때로 그런 것만으로도 이루어지는 일이 있지만 그 형상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위태롭다. 자기 신념에 매몰되지 않고 입체적인 사고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오히려 그 신념이 존중받을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관점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