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하지 않은 일은 없다.

by 글객

세상에 중하지 않은 일이 없다. 내 입장에서 중하지 않아 보여도, 혹은 그 순간에 중하지 않아 보이는 일일지라도, 일이란 무릇 그 나름의 중함이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 그 누구라도 제 집의 귀한 자식이듯 일도 마찬가지로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다 있다. 그래서 뭐든 열심히 잘 해보고 볼 일이다. 밥공기에 알맞게 밥을 뜨는 일도 중한 일이고 반찬을 맛갈나게 담는 것도 중한 일이다. 하찮게 보이는 일에도 그 나름의 의미들이 있다.


일을 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있다.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시간만 잡아먹는 것처럼 보이는 자질구레한 일들. 당장에 그리 급해 보이지 않는 일들. 보통 주변을 잘 정리하는 일들이나 뼈대가 되는 일의 주변자처럼 느껴지는 일들이다. 그런 일들은 행했을 때는 별로 티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의 소홀함의 빈도와 시간이 누적되다 보면 일의 행색이 초라해진다. 집안을 보면 안주인의 성향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형상의 뒤에는 그 정갈함을 떠받치고 있는 무수한 디테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없으면 무너짐이 시작되는 일들이 그런 일들이다.


사실 그런 일들은 각각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시간이나 역량을 따로 배정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또한 그런 일들은 순간적으로 찾아오고 그 순간을 놓치면 금세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두 손에는 항상 좀 더 뼈대가 되는 일들이 붙잡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자질구레해 보이는 일들은 말 그대로 자질구레해 보인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숨 돌릴 틈이 좀 오면, 두 손이 좀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오면 그런 자질구레해 보이는 일들을 처리해야지 하고. 하지만 그런 순간은 잘 오지 않는다. 두 손에는 언제나 무거운 일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런 일들은 발가락으로라도 처리하려고 해야 한다. 발가락으로 대충 일을 걷어치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 손에 일을 절대 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발가락으로라도 그런 작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내면이나 실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라도 시간과 집중력을 할애해 작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의 일은 헐겁고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책임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