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이 말은 안중근이다. 입 안에 가시가 돋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하는 힘을 잃는 것 같다. 그것은 무엇인가 머리가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책을 읽으면 체증에 손을 따듯이 비로소 맥이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언제인지 모르게 정리가 되지 않고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모르게 길을 잃은 정체된 생각들은 책을 만나 그 활로가 다시 생긴다.
생각은 여러모로 물과 비슷한 속성을 지닌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흐르는 것처럼 생각은 샘솟듯 끊임없이 발생한다. 흐르는 물 자체를 거스르거나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생각도 임의로 혹은 자의로 멈출 수 없고 한 번 인식된 생각을 거스를 수도 없다. 영화 '인셉션'에서 생각을 훔치는 것은 가능해도 생각을 지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처럼 생각과 인식의 축적은 비가역적인 속성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댐이나 보를 이용해 물을 한 번에 활용하거나 논 밭에 물을 대는 것처럼 생각의 길을 터주어 더 멀리 뻗게 해주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적절한 목적에 맞게 우리의 사고를 활용하는 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하나의 책은 하나의 생각 길이다. 책을 읽으면 하나의 관점을 얻는다는 것은 이미 가지고 있는 나의 인식이나 특정 정보가 책을 통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확장될지, 또는 활용될 수 있는지를 탐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여있는 물이 썩듯이 뭔가 정체되어 있는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활력을 잃고 생명력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적시에 읽어 모터를 돌리듯 생각에 활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어야만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에 쓰임새가 유지될 수 있다.
안중근 의사에 관한 책을 읽고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은 그가 단순한 운동가나 군인이 아닌 동아시아 정세에 능통한 지식인이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렇게도 책을 탐독한 결과가 그가 가진 높은 수준의 식견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