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경기도인이었던 시간

프로 경기도인임을 인정받기 위한 공인인증서 발급

by 글객

1. 1만 시간의 법칙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도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때 꽤나 유행했던 말이다. 어떤 일을 1만 시간 동안 하면 고수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는 뜻인데 문장의 정확한 출처와 구체적인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지식백과의 설명을 찾아보았다.


○ 1만 시간의 법칙(The 10,000 Hours Rule)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 (중략)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 (중략)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 간 실력 차이는 대부분 연주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수한 집단은 연습 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중략) 특히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앤더슨의 연구를 인용하며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문 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우수한 집단은 연습 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는 문장이다. 아마 이 문장이 '1만 시간의 법칙'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을 것이다. 뜻풀이 말미에 이 말이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에서 인용한 이후 대중적인 용어가 되었다는 설명이 있어 '아웃라이어'의 온라인 서평도 한 번 찾아보았다. 웹상에 책 소개는 굵은 글씨 한 줄로 되어있는 다음과 같은 서두로 시작되었다.


상위 1%의 성공 비결을 분석하다.(출처 : 네이버 책, 책 정보)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사진출처 : 알라딘 )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지만 여하간 지식백과의 뜻풀이와 '네이버 책'의 서평에서 느껴지는 의미를 종합해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이란 특정 분야의 1% 상위 영역을 차지하는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시간 동안은 같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뜻풀이에서 중략됐지만 1만 시간이란 대략 하루 3시간씩 10년, 혹은 하루 10시간씩 3년의 시간에 해당된다.



2. 내가 경기도인이었던 시간.


갑자기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이대는 이유는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거 가만 생각해보니 경기도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거의 없잖아...'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들은 대략 그런 순간들이다. 평생을 서울을 벗어나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문득문득 느껴지는,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순간들 말이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녔고, 현재도 서울에 있는 비영리 법인의 근무지로 출퇴근을 하는 사회인의 입장에서 프로 경기도인 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하면서도 확실한 심리적 괴리감 같은 것이 존재한다.


필자는 현재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고 있는데 경기도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에 앞서 나는 얼마나 경기도인으로서 전문적인지를 측정해볼 필요가 있었다. 말하자면 공인인증 같은 것이다. '그래, 당신 그 정도면 프로 경기도인으로 인준할만하군'과 같은 객관적인 낙인이 필요했다.


필자의 나이는 현재 만 30세 하고도 약 7개월을 향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태어나서 나는 몇 시간이나 살았을까?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경기도, 특히 경기 서남부권에서 계속 살았던 내가 경기도인이었던 시간은 대략 얼마나 될까? 그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는 일단 내가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계산해 보아야 하기 때문에 살아온 시간을 계산해주는 어플을 하나 다운로드하여 그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Age Calculator,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확인 결과 나는 생후 366개월로서 시간으로 치면 267,864시간, 약 27만 시간을 살아온 것으로 나왔다. 이제 내가 간간히 경기도를 벗어나서 살았던 시간을 빼주면 순수하게 경기도인으로서 존재했던 시간이 계산될 것이다.


필자는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에 있는 모 병원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 이 이야기를 부모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는 왠지 모를 허탈감 혹은 실망감이 느껴졌였다. 이유는 뭔가 나 자신에게 있을 줄 알았던 탄생의 신비감 같은 것이 한순간에 소멸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얘야 너는 바다 건너 물 건너 바람이 서늘하고 봄이면 개나리가 지천에 흐드러지는 머나먼 땅에서 태어났단다."와 같은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고향의 향수는 전혀 없는 것이다. 나는 그냥 탄생부터가 경기도인이다. 심지어 내가 태어난 그 병원은 아직도 운영 중에 있고 살면서 간간히 그 병원 앞을 지나가기도 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지역에서 '돌팔이 병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확실하게 확인된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고 지금도 그런가에 대해서는 더욱더 모르겠다.


여하간 필자는 이사는 많이 다녔지만 탄생의 순간부터 꾸준히 경기도인 이었다. 태어나서부터 30여 년을 경기도에서 지낸 것이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대학에 입학하던 시절부터는 그 바로 북쪽에 위치해있는 부천시에서 살았다. 군 복무 또한 경기도에서 했다. 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파주시 법원리였다. 방공부대에서 중대 보급병으로 근무했는데 겨울이면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날씨 속에 탄약고 근무를 섰다.


내가 경기도를 벗어나서 살았던 적은 크게 2가지나 3가지로 정리된다. 모두 대학생 신분인 시절이다. 한 번은 전주에서 대학교에 다니던 친구 집에 머물렀고 나머지는 서울 소재의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 전주에서 친구와 함께 살던 시간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2009년 3월에서 10월의 약 8개월이었고 대학교에서 자취를 했던 시간은 두 기간으로 나뉜다. 2013년 9월에서 다음 해 8월까지 1년 365일의 시간과 2015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의 9개월의 시간이다. 자취 생활을 청산하고 부천의 본가로 돌아온 것이 5월인지 6월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아마 5월이 맞을 것이다. 두 기간 모두 반지하를 넘어 0.7 지하 즈음되는 원룸 방을 1년 계약했었다. 두 번째 자취는 계약 만료 시점 몇 달 전에 본집으로 컴백했다.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사소한 오차이기 때문에 1개월을 대충 30일로 통일하여 비경기인이었던 시간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경기도인이 아니었던 시간 1 : 전라북도 전주시 친구 집에서 칩거하던 시절 : 8개월 ≒ 240일

경기도인이 아니었던 시간 2 : 자취 1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 : 1년 ≒ 365일

경기도인이 아니었던 시간 3 : 자취 2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동 : 9개월 ≒ 270일


세 가지 시기의 시간을 모두 더한, 내가 경기도인이 아니었던 시간은 약 875일이다. 그리고 이것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21,000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를 제외하여 내가 순수하게 경기도인으로 존재했던 시간은,


'246,864시간'


이다.


3. 전문 프로 경기러.


과거 개그맨 박명수 씨가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나와 자신을 전문 프로 웃음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어휘에 함께 출연한 정형돈 씨가 옆에서 "명수형이랑 다니면 재밌는 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를 듣게 된다."며 피식거리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박명수가 전문 프로 웃음꾼이라면 나는 전문 프로 경기러다. 1만 시간을 한 분야에 투자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면 그 보다 약 25배246,864시간을 경기도에서 살아온 나는 공인된 경기도인인 것이다.

246,864시간을 경기도에서 살아온 나는 이미 전문 프로 경기인이다.(출처 경기도 홈페이지)


앞으로 이 매거진을 통해 경기도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적어나가고 싶다. 그 일련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감에 앞서 필자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인준된 프로 경기도인 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풀어나갈 만한 자격이 있음을, 이 첫 편의 글을 통해 알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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