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때 해야 하는 이유

by 글객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나는 보통 출근시간 2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한다. 대략 가는데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하여 사무실에서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는다. 그렇게 도착해서 맞이하는 하루의 시작은 꽤 개운하다. 몸과 마음이 좋아지는 기분이라기보다는 무엇인가 영혼이 세척되는 느낌을 받는다. 영혼이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오늘은 늦잠을 자서 출근길을 서둘러야 했다. 아침도 거르고 약 상자니 장갑이니 헬멧이니 이것저것을 챙기다 보니까 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채비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와 자전거 짐 가방에 가져온 짐들을 집어넣는데 자전거 거치대는 왜 또 말썽인지 자전거가 제대로 서지를 않아 짐 넣는데도 애를 먹었다. 결국 1시간 35분 정도가 남아 있는 시간이 돼서야 집을 떠날 수 있었다.


시간이 늦은 만큼 똥이 빠지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평소라면 약간의 여유를 느끼며 가게 되는 출근 길이 촌각을 다투는 레이싱이 돼버렸다. 못해도 10분 전에는 사무실에 도착해야 샤워도 할 수 있고 또 일할 준비도 할 수 있으니 여유를 느낄 세가 없었다. 배는 왜 이리 고픈지 채 반도 다 못가서부터 배가 꼬르륵거렸다. 그럼에도 페달을 열심히 밟아댔다. 근데 그렇게 땀을 삐질 흘리며 달려서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출근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어림 잡아 평소보다 5분 많이 써줘도 10분 정도나 빨리 도착한 샘이었다. 씻기는커녕 화장실에서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고 윗도리만 잽싸게 갈아입은 채로 일과를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밥을 먹고 나니 그제야 무리해서 페달을 밟은 후유증이 오는지 피곤함이 밀려들어와 의자에 앉아 뻗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퇴근할 때까지 자전거용 바지를 입은 채로 일을 보다가 그대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나 느낀 게 생겼다. 내가 이미 늦은 상황에서 아무리 용을 써봐야 단축할 수 있는 것은 겨우 5분 정도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무엇인가를 제 때 시작하지 않은 것에 대한 페널티는 생각보다 크고, 그것을 매우기 위해서는 제 때 시작한 것보다 몇 배는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또 생각이 났다. 늦었다고 자동차 엑셀을 연신 밟아대는 행동이 자동차에 얼마나 무리가 줄까 하는 생각. 그렇게 생각하면 늦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정말로 많이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일찍 일찍 다녀'라고 흔히들 말하는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다. 그 말투와 어감과 말하는 세기를 곱씹어보니 영겁의 시간 동안 인류가 쌓은 수많은 깨달음들이 문장을 통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늦는다는 건 비효율의 극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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