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다 이어져 있다.

by 글객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거리는 편도로 25km 정도니 대략 왕복 50km 즈음된다. 작년에 자전거로 유럽여행을 할 때 하루에 보통 80km 정도를 달렸는데 그렇게 따지면 나는 하루에 한 번씩 작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두 시간 여를 달려 집 앞에 다 닿으면 그때 그때마다 문득 비슷한 생각이 들곤 한다. 그건 길이란 게 무릇 다 이어져 있다는 아주 새삼스런 깨달음이다. 공교롭게도 그 지점은 서울특별시와 부천시의 경계 즈음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부천시인 우리 집이 엎어지면 서울시 구로구에 닿을 정도로 서울에 가깝게 위치한 덕분이다. 농담이 아니라 빌라 입구에서 한 10번만 넘어지면 주소가 서울시 구로구인 집 앞 모 아파트 출입구에 아마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코 앞이다. 그래서 그 지점은 부천의 끝이자 서울의 시작인 지점이다. 도시는 달라도 길은 결국 이어진다는 이 사실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이다. 시작점과 종점을 오며 가며 그 모든 길을 눈으로 확인하고 온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어쩌면 별 것 아닌 이 사실이 주는 삶의 교훈은 뭘까. 내가 어디에 서있든지 그리고 어떤 곳을 향해 가고 싶은지에 상관없이 그곳이 문명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곳이라면 길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진실이다. 중간에 헤매고 혹은 방향을 잘못 잡아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내가 당도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확신만 놓지 않는다면 언제건 그곳에 당도할 수 있다. 때로 지치고 힘들어 조금은 쉬게 될지라도 주저 않지만 않으면 결국엔 그곳에 도달하게 돼있다. 우주가 그런 방식으로 존재한다. 오늘도 중간 즈음 오른 무릎이 시큰거려와 제대로 된 힘으로 페달을 밟을 수 없었고 그 덕에 왼쪽 무릎에도 무리가 와 막판에는 쑤셔오는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야만 했지만 결국에는 집으로 돌아왔다. 몇 주전에는 뒷바퀴가 펑크나 한 시간은 자전거를 끌고 걸어야 했지만 세 시간이 걸릴지언정 그래도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어쨌건 길은 여전히 존재하고 멈추지 않는 이상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우주가 본래 그렇게 생겨먹은 탓이다.


흔히들 말하는 꿈이란 지점도 그럴까. 멈추지만 않는다면 시점의 문제일 뿐 당도하지 않을까? 이 우주에서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든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어디이든 그것이 조금이라도 문명화된 어떤 지점이라면 아마도 그곳에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 크기가 미약해질지언정 작은 실천이라도 해나가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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