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부기와 복식부기, 졸부와 부자의 차이

by 글객

재무제표와 회계에 관련된 책을 하나 읽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회게책'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읽어보니 그 제목처럼 참 술술 읽혀나가는 책인 듯하다. 난이도가 어려워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책을 읽다가 이런 책을 만나면 사뭇 반갑다.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재무 회계에 관한 이야기는 여럿 있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포인트는 '복식부기'다. 복식부기는 경제를 바라보는 방식 중 단식부기와 대조되는 개념인데 우리가 흔히 가계부를 쓰듯이 수입과 지출 두 가지의 축으로 현금의 흐름만을 바라보는 관점을 벗어나 차변과 대변이라는 항목으로 자산의 변동을 항상 쌍으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말하면 자동차를 한 대 산다고 할 때, 그 값이 천만 원이라면, 이 구매행위를 장부에 기록할 때 현금 천만 원의 손실과 이에 대응되는 자동차라는 재산의 생성도 함께 쌍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감가상각을 무시하면 현금 1,000만 원의 감소는 같은 가치의 자산(자동차)의 발생을 가져온다. 이러한 개념의 배경에는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기본 전제가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치 아무리 화학변화가 일어나도 질량 보존의 법칙은 유지되는 것처럼, 또는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에너지는 형태를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소멸되지 않는 것처럼, 자산은 그 형태를 달리할 뿐 기본적으로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법칙 위에 회계라는 개념이 서 있는 것이다.


이 단식부기와 복식부기는 아마 경제나 돈이라는 생리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일반인과 전문가 집단의 차이를 만드는 두 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일반의 우리는 그 차이만큼 돈과 경제를 이해함에 있어서 오류를 누적시키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 든다. 경제를 현금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마치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그것을 거대한 기둥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런 것이다. 책을 한 권 사서 읽는 것은 경제적인 손실일까? 단순히 현금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그것은 명백한 손실이다. 단식부기(가계부) 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복식부기로는 손실된 책 값만큼 동등한 가치의 지식이나 지혜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비싼 책은 두꺼워 정보의 양이 많거나, 지식의 깊이가 깊거나 희소하다는 의미일 테니 그것을 구매하여 읽으면 그마만큼 나라는 사람에게 더 큰 차별성이 생기고 이것이 새로운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 책을 얼만큼 잘 소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남는다. 너무 어려운 책을 사 읽어 한 줌의 지식도 남지 않는다면 투자한 만큼의 가치를 거두어 드리지 못하는 것이ㄹ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달 전 월급관리와 관련해 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 당시 강사는 '자산'을 미래에 현금 흐름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입각해보면 지식과 지혜가 쌓일수록 '나'라는 사람이 미래에도 쓰일 확률이 높아질 테니 책을 사보는 행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리고 '단순한 현금'의 관점에서 벗어날 때 순간의 투자로 그에 상응하는 다른 형태의 자산을 얻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거나 적절한 의료서비스로 병을 치료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쿠루지는 금은보화를 쌓아두고 그 안에서 헤엄을 치는데서 행복을 얻는 옹색한 졸부다. 사실 돈이 돈으로만 존재한다면 아마 그것은 한낱 종이조각이나 무거운 쇳덩이에 불과할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그 마저 잘 쓰이지 않으니 돈이란 전산 상에 존재하는 몇 자리의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 그대로 자본을 잘 축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나 회계(복식부기)라는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지 못한다면 스쿠루지 양반처럼 옹색한 졸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ko/photos/%EA%B3%84%EC%82%B0-%EC%8B%9C-%EC%8A%A4%ED%8A%B8%EB%A0%88%EC%8A%A4-%EA%B1%B1%EC%A0%95-24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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