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평행우주에 존재하는 완벽한 인생의 나

by 글객

후회하지 않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죽는 그 순간까지 쌓인 돌이킬 수 없고 셀 수도 없는 그 많은 선택들 앞에서, 이제는 그 하나하나의 선택이 기억나지는 않겠지만 그 총합이 마치 여러 색이 섞인 찰흙 덩어리처럼 느껴질 그 최후의 순간에 스스로 과거를 훌륭히 여기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왠지 모를 스잔함이 느껴지는 순간순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런 말이 있다. '나'라는 존재는 과거에 쌓인 수많은 결정의 총합이라고. '인생의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말처럼 선택이란 인생의 모든 시간 지점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족쇄와 같은 존재다. 눈치채지 못해도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언제나 선택이 강요되는 갈림길이며 그렇기에 선택할 수 있는 인생의 경로는 무한하다.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는 그렇게 무한한 수의 삶의 경로처럼 서로 다른 우주도 무한히 존재한다는 멀티버스의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어느 우주에는 단 한 번도 후회되는 선택을 해본 적이 없는 완벽한 인생의 내가 존재하고 또 어느 우주에는 아쉬움만 가득한 인생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어떤 우주의 내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모든 순간의 결정들에 의해 말 그대로 결정될 것이다.


시행착오 없는 인생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톨의 후회도 남지 않는 인생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옳았다고 판단한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재발견될 수도 있기에 더욱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무한한 평행우주에 완벽한 버전의 나라는 사람이 어딘가 존재한다면 그런 나를 상상하며 그 방향으로의 인생으로 계속해서 이끌려간다면 후회의 비중이 크지 않은 인생의 여정 정도는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ko/photos/%ED%95%98-%EC%88%98-%EC%9A%B0%EC%A3%BC-%EC%82%AC%EB%9E%8C-%EB%B3%84-%EC%B0%BE%EA%B3%A0-102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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