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세계 챔피언

by 글객

재미난 착시 현상 중 '펜로즈의 계단'이라는 것이 있다. 실제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구조이지만 수직축이 없는 2차원의 공간에 3차원의 구조를 보이는 대로 투영했을 때 나타나는 착시현상이다. 계단이라는 것은 올라갈수록 수직 좌표가 증가하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걸어가면 똑같은 높이에 되돌아올 수 없지만 이 펜로즈의 계단은 한 방향으로 전진하다 보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순간순간에는 올라가는 듯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제자리를 맴돈다.


행복 세계 챔피언.jpg 끝도 없이 올라가는 펜로즈의 계단


이 구조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개념이 이 '펜로즈의 계단'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한다. 이때 이 비교에서 오는 우위와 열세의 개념은 상대방과 나를 수직관계로 인식한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나보다 수직 좌표상 더 높은 것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도 누군가를 부러워할 것이다. 그것이 월급의 크기가 됐든 삶의 독특한 형태가 됐든 성격의 자유로움이 됐든 항목이 다를 순 있지만 내가 비교 열위에 있고 상대방이 비교 우위에 있는 것 같은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슬 구조는 인류를 기준으로 얽히고설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누군가는 또 나를 부러워할 것이다. 그리고 이 구조가 모순을 가져온다. 마치 뫼비우스의 띄에서 시작과 끝을 특정할 수 없는 것처럼 '행복의 펜로즈 계단'에서는 최하점과 최고점을 특정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행복을 외부와 비교하여 나의 상대 우위를 찾는 것에서 찾기 시작하면 종착지가 없는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세상이란 것은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변수로 가득 차 있는 초 고차 방정식이다. 이 차원은 너무 높아서 마치 풀 수 없는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니 세상을 답이 없는 모순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체념이 아니라 이해의 시작점이다. 행복의 세상에 세계 챔피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https://twitter.com/artoftheserpent/status/104173820798821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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