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기본은 저축이라고들 많이 한다. 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도, 또 매력적인 금융상품이 아무리 많아진다고 할지라도 목돈을 모으며 경제의 기초를 이해하는 저축은 여전히 기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축은 비유하자면 복싱의 잽과 같은 것이다. 기초체력을 제외할 때 잽은 복싱의 기본 중 기본이다. 잽은 그 자체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상대와의 거리를 재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의미도 있다. 또 훅이나 어퍼 등 다른 고급 기술로 연계하는 콤비네이션에 있어서 첫 단추의 역할도 한다. 이 잽은 라운드가 길어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기도 하는데 체력이 소진될수록 큰 기술을 쓸 힘은 없어지고 이에 따라 그 기술이 성공할 확률도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선수가 얼마나 기본기(잽)를 갖추고 있느냐가 승부를 가르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기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이었던 「더파이팅」에는 일본 미들급 챔피언 다카무라 마모루가 세계 챔피언인 호크와 대결을 벌이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극 중 기본기인 잽이 복서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가 언급되는 장면이 있다. 혈전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 양 선수가 지쳐갈 때 즈음 전세를 다시 자신 쪽으로 가져오는 것이 다카무라 마모루의 '잽'이었다. 기본기인 잽으로 세계챔피언인 상대를 다시 수렁으로 몰아가는 마모루를 두고 그의 동료는 이렇게 말한다. " 실력이 너무 뛰어나 잘 안 보이지만 사실 저 사람(마모루) 생각보다 기본기(잽)가 엄청난 사람이야." 화려한 기술과 천재적인 신체능력으로 세계를 호령하고 마모루를 경험하지 못한 위기로 몰아갔던 호크는 결과적으로 복서 정체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기본기(잽)에서 상대 선수 마모루에게 밀려버림으로써 KO패하고 만다. 기본기란 어떤 것을 익히는 데 첫발임과 동시에 위기에서 다시 드러나는 실력을 판가름하는 요소인 것이다.
금융이나 재테크에도 고급 기술은 있을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 부동산 투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요즘엔 P2P 투자나 AI투자서비스도 많이 광고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금융 전문가들이 뽑는 재테크의 출발은 적금 예금 등의 저축이다. 복싱 기술이 아무리 발달되고 선수의 유형이 세분화된다 할지라도 복싱의 기본은 여전히 잽인 것처럼 재테크에 있어서도 저축이 기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이다. 리스크가 큰 기술을 사용할 자격은 기본기를 완전히 마스터했을 때 부여된다. 리스크라는 말은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동전의 양면을 의미하는데 기본기가 없으면 찬스를 살릴 수도 없고 또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도 없다. 마치 기본기가 없는 선수가 어퍼나 훅만을 휘둘러대며 상대 선수를 일시에 제압하려들면 쉽게 빈틈을 보이며 오히려 상대방에게 일격을 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저축이 기본이 되지 못한 재테크는 설사 운이 좋아 일시에 많은 이익을 취한다 할지라도 다시 위기를 만났을 때 한 번에 무너져 내리기 쉬울 것이다. 저축이 체화된 뒤 고급 기술이 얹히는 형국이 되어야 여러 가지 레퍼토리를 활용하며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요즘에는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많은 플랫폼에서 금융상품 소개나 투자 권유 등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콘텐츠가 넘쳐흐른다. 그런 콘텐츠들은 수익률만을 강조하며 소비자를 현혹한다. 하지만 그런 큰 기술들은 저축이 기본이 되지 못하면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금융의 기본기는 재테크의 잽, 저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