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인들에게 종종 내던지는 이 말은 우스갯소리인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사실은 굉장히 정확한 사실이다. 아침은 언제나 나에게 두려운 존재이고 그래서 맞이하고 싶지 않은 일상 중 최악의 순간이다. 코가 막혀 숨 쉬기가 어렵고, 그래서 대체 호흡을 하느라 수고 중인 목구멍은 언제나 마르고 부어있으며, 코 뒤편을 중심으로 귀와 머리 쪽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자주 찾아오는 '기상'의 순간은 나에게 언제나 하루 중 최악의 순간을 선사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거의 이변이 없는 일이다. 만약 고통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이승과 작별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뭇 진지한 나만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아침 시간의 일과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난 꽤 오랫동안 비염환자였다. 유년기 시절에도 아마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기억은 흐려지고 기억력은 감퇴하는지라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어렸을 때부터 비염과 관련한 증상이 계속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질환이 20대 중후반부터 더 두드러지기 시작하더니 한 3,4년 전부터는 만성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급기야 지난 6개월 동안은 거의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정말이지 요즘 들어서는 내 일상 스트레스의 총량 중 과반 이상의 지분을 이 비염이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성의 고통과 함께하고 있다.
나는 정말이지 비염이야말로 인류 최악의 질병 중 하나라고 자부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나의 비염 증상은 주로 코막힘으로 발현되는데 숨을 쉬기 어렵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의 불편함을 주고 모든 종류의 지적 활동에 크나큰 제약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집중력과 몰입력을 크게 훼손하여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지구력과 생산성에 큰 차질을 가져온다. 심지어 어떤 기사는 비염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연봉이 몇십 프로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한 적도 있다. 이 정도라면 지성으로 먹고사는 인류의 생업활동에 너무나도 크나큰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지 않은가.
호흡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적인 활동이다. 이 말은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든 간에 기본적으로는 내 의식 활동을 관장하는 CPU의 리소스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한데 비염에 의한 코막힘 증상이 심해지면 1차적으로 호흡 활동에 내 의식을 빼앗기는 불편을 맞이해야 하고 2차적으로는 그 불안정한 호흡으로 인해 발생되는 잦은 통증을 느껴야만 하고 3차적으로 산소 공급의 불완전함이 야기하는 두뇌활동의 기능 장애를 감내해야만 한다. 만성적인 비염은 그렇게 한 사람의 온전한 정신상태를 복합적으로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생명력 좋은 기생충과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비염은 알레르기 질환인데 수년 전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했었다. 검사용 침대에 엎드려 등판에 수십 곳의 바늘구멍을 내며 반응 검사를 해본 결과 수치가 높게 나온 항목은 먼지, 진드기, 개와 고양이의 털, 곰팡이 등이었다. 의사의 진단으로는 워낙 걸리는 항원이 많아 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매트리스 케어를 받고 습도를 낮게 유지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일상에서 흔하게 접해야만 하는 녀석들이라 항원을 원천봉세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증상에 못 이긴 나는 사실 작년 이맘때 즈음 수술을 받기로 결심하기도 했었다. 비중격 만곡증 수술이라는 이름의 수술인데 비중격 만곡증이란 코 뼈가 휘는 등 구조적으로 코 속 통로가 정상인보다 협소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의 경우 비교적 같은 정도의 비염 증상에서도 더 쉽게 코막힘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수술로써 코 뼈의 라인을 바로잡아 주어 숨 쉬는 통로를 원활히 해주면 상대적으로 비염에 덜 취약한 코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수술의 골자였다. 주변에는 이 수술로 비염의 고통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친구가 두 명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갖는다고 판단한 나는 수술 날짜까지 잡았었지만 마취와 후유증에 대한 주변의 우려로 수술 스케줄 직전에 취소를 했다. 당시의 판단으로는 내 비염을 치료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주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자고 생각했었는데 그 뒤로 시나브로 증상이 더 심해지는 듯해서 요즘은 때때로 수술을 취소한 결정이 후회되기도 한다. 물론 내가 수술을 받았더라면 비염에서 해방됐을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을지는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미세먼지의 증식과 함께 날로 심해진 코막힘 증세를 견디다 못한 나는 요즘 어머니의 권유로 한방치료를 받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침을 맞고 하루에 두 번씩 한약을 복용하고 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과 간호 선생님이 친절한 한의원이라 일단 심적으로는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 어쨌든 알레르기 반응은 환경적인 요인이라 환경을 변화시켜서 낫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예를 들면 캐나다에 가서 비염이 씻은 듯이 나은 분도 계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에는 정말이지 공기 좋은 타지로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결국, 환경을 바꾸지 못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을 바꿔야 하는데 치료에 적게는 몇 개월에서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에 일단은 치료를 잘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병원에 갈 때마다 마치 외계 종족에 납치된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몸 이곳저곳에 바늘이 찔린 상태로 30여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 기생충과 같은 운명적 질병과 과연 언제 즈음 작별할 수 있을까? 언젠가 내가 별안간 없어진다면 자기 자신의 인생을 구원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난 줄 아시라고 주변인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