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독립

by 글객

부모에 대한 나의 마음이 자주 힘겨운 이유는 집 밖에서 어렵사리 쌓아온 정서적인 건강이 집안에서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꽤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가정에서 치유하는 것이 아닌 어찌 저찌 겨우 단련해온 정서가 내가 돌아가 머물러야 하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무너지는 그 감정은 그 자체로 나 자신을 어떤 독특한 삶의 궤도로 몰아가는 것 같아 불편하고 괴롭다. 모르긴 몰라도 주류의 사례는 아닌 것 같다는 스스로 갖는 어떤 불안한 확신. 그 감정이 세상이라는 공간에서 나의 존재를 동떨어지게 느껴지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독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김어준 총수의 어떤 강연에서 가슴에 남길만한 한 문장이 있었는데 그것은 '부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부모에 대한 감정은 그 관계가 힘겹거나 온전하거나에 상관없이 적응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그만큼의 사랑이 외부에는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독립적으로 사고해야 하고 많은 행동의 근거를 온전히 나 자신에게서만 찾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형을 보면 이 정서적 독립을 잘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하는 대화, 부모를 지칭하는 표현, 대화의 주제가 부모가 될 때 언뜻언뜻 느껴지는 내면과 감정상태 등을 보면 확실히 나보다는 더 자유로운 면이 있다고 느껴진다. 삶의 이유가 원론적으로는 부모가 아닌 듯한 느낌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결국은 본인을 위해 사는 것이며 부모는 그다음으로 갚아나가야 할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조금 보인다.


나는 아직 완전히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독립을 이루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아직도 많이 아파하며 그 이름이 내 삶의 근원의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는 기분을 지우기 힘들다. 다만 다양한 계기들을 발판으로 조금씩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애는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ko/photos/%EA%B3%B5%ED%95%AD-%EC%97%AC%EA%B0%9D-%EB%8C%80%EA%B8%B0-%EC%A4%91-%EB%82%A8%EC%9E%90-351472/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쉽게 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