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글에 피식할 때의 자부심

by 글객

글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다 보면 스스로 피식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도 웃지 않을까. 보편성에 있을 것 같은 느낌. 공감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약간의 자부심과 희망이 느껴지면서 의지적인 내면이 보인다. 보람차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듯한 느낌에 쌓인다. 보편성을 놓지지 않은 독특함에 대한 프라이드다.


반대로 스스로 글문이 막힐 때 한 없이 초라해진다. 그 어떤 누구보다 못해 보이는 스스로가 견디기 어렵다. 순간적 슬럼프, 그 구간을 견뎌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 자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한심해 보이는 무가치한 문장들을 토해내는 기분은 그것을 내뱉은 나 자신 또한 무가치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글을 쓰는 건 이 두 구간을 넘나드는 것 같다. 자부심과 초라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 어느 한쪽에 있을 때 그 상태가 영원할 것 같은 착각이 들고,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언제 반대편 구간으로 빨려갈지 모른다. 담담히 써 내려가려 해도 자부심이 느껴지는 구간에서 설레지 않기가 어렵고, 무가치해지는 구간에서 빠져나옴이 어렵다. 조울증을 앓게 되면 이런 기분일까. 롤러코스터처럼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는 과정들을 겪어야만 비로소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다.


글은 보편성과 특수성이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 보편성은 공감을 가능하게 하고 특수성은 희소성을 만들어낸다. 보편성에서 무너지면 읽힐 수 없는 글이 되고 특수성에서 무너지면 읽을 가치가 는 글이 된다. 보편성은 공유될 수 있는 상황이며, 특수성은 나만의 발견이나 전문적 지식. 유머러스한 감성 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양단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이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 갈망이 있다. 오늘도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양단에 존재하는 자신을 번갈아 만난다.


메인 사진 : http://www.dumbofeather.com/can-you-guess-whos-in-issue-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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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의 이전글안 쓰던 단어를 내뱉는 카타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