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것에도 구분이 있다. 그것은 연민이 닿을 수 있는 약함과 연민마저 닿을 수 없는 약함이다. 연민이 닿을 수 있는 약함이란 상대를 돕고 싶은 마음이 발생할 수 있는 약함이고 그 도움을 통해서 상대가 약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구상이 되는 약함이다. 반대로 연민이 닿기 어려운 약함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직접 구하면 함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그 돕고 싶은 마음마저 소멸시키는 블랙홀 같은 약함이다. 우리는 적어도 구원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약함이어야 한다.
인간은 항상 의도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쉽게 간파당한다. 내가 이 사람을 도움으로써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함께 잠식되는지 예상할 수 있다. 꺼내질 준비가 되어 있는 약함에는 바깥으로의 방향성이 있고 약함을 죄의식으로 느끼는 약함의 방향성은 바닥을 향한다. 두 약함은 현재의 상태가 같지만 아마 미래에는 다른 지점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무서운 상처는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서 공포심이 느껴지는 상처다. 상처를 가리면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조차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아도 그 상처를 드러낼 수 있는 상처이기를 바란다. 연민이 닿는 상처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