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으로 커피를 사먹고 두려움을 느낀 이유

편리함의 대가는 불편함이다.

by 글객

오늘 오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배가 고파 읽던 책을 구매하고는 근처의 스타벅스에 갔다. 요 근래 종종 먹고 있는 샌드위치 종류를 시켜서 커피와 함께 마시며 책을 마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 달 지출이 생각보다 좀 많았어서 카페에 가기도 전에 구매 심리가 좀 위축됐다. 그래서 주문을 하기 전에 혹시 어디서 받은 쿠폰이 없나 하고 스마트폰을 뒤적거렸다. 불행히도 쿠폰은 없었다. 하지만 캐시 워크(100보를 걸으면 1 캐시를 지급하는 어플)의 캐시가 생각보다 많이 쌓였었다는 사실이 어플 아이콘을 보자 떠올랐고 바로 어플을 켜서 쌓인 포인트로 따뜻한 아메리카노 모바일 쿠폰 한 장을 구매했다. 포인트로 쿠폰을 교환하자마자 바로 내가 주문할 차례가 되어 아메리카노 한잔은 쿠폰으로 구매하고 샌드위치는 자비로 계산을 했다. 주문을 받은 파트너(스타벅스 점원)는 샌드위치를 데워준다는 말과 함께 영수증을 건냈다. 그런데 발행된 영수증을 점원으로부터 받아 든 뒤 사람들 뒤쪽으로 빠지는 순간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참 빠르다.'


참 빠르다. 주문하기 직전에 쿠폰을 구매했는데 그 쿠폰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 대목에서는 '새삼'이 중요하다. 새삼. 이미 그런 빠름이 주는 편리함은 많이 익숙해져서 별로 놀라운 사실도 아닌데 그 빠르기가 '새삼' 신기했다. 이 정도의 빠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서비스의 여러 단계에 걸쳐있는 다양한 기업들의 시스템 전산망이 얼마나 탄탄해야 할까,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 통신망은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해야 할까. 이 정도의 편리함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은 얼마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까, 또 나는 무엇을 지불하고 있을까하는 등의 상념이었다.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힘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소비자임과 동시에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제공받는 서비스가 편리하면 편리해질수록 그것을 공급하는 사람의 노동강도는 따라서 높아져 간다. 서비스를 매개체로 묶이는 소비자와 공급자라는 이 관계는 그렇게 사회 안에서 얽히고설켜 거대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그 관계망 속에서 숨 쉬는 모든 사람들은 마치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더 빨려 들어가는 늪과 같이 편리함을 추구할수록 삶이 고달파지는 역설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얼마 전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이 조찬강연회에서 한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임금은 누군가에게는 소득이고, 누군가에게는 비용입니다."


누군가의 소득은 누군가의 비용이듯이, 누군가가 공급받는 편리함은 누군가의 불편함이 만들어낸 무엇이다.


그렇게 샌드위치와 커피를 한 잔 하면서 마저 읽은 책에도 맥락이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인류 문명의 발전을 '탄소'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탄소 문명]이라는 책인데 인류 생활이 수렵채집에서 농경 목축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두고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또한 수렵시대에는 하루에 3시간을 일하면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농경 시작 후의 노동시간은 더 길어졌다.(현재 우리의 노동시간은 8시간, 10시간을 늘어났으므로, 문명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사정만 보면, 농경의 시작은 풍부한 식재료를 얻기 위한 획기적인 신기술이 아니라, 어떤 사정에 쫓겨 부득이하게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 탄소 문명 中 -


세상은 편해지는 것일까 고통스러워지는 것일까. 이미 익숙해진 빠름의 편리함이 조금은 무섭게 다가온다.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ko/illustrations/%EC%82%AC%EC%A6%9D-%EC%82%AC%EC%97%85-%EA%B5%AC%EB%A7%A4-%EC%B9%B4%EB%93%9C-30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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