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 98

당신 지금 부탁하는 입장인데요.

by 글객

활로를 찾는 방법이 무례함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기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고 남의 이야기는 화두만 듣고 단정 짓는 습관이 있다. 분명히 상대방이 부탁하는 입장인데 수화기 너머로 전해져 오는 말들은 무례함이 잔뜩 묻어있다. 말에도 병균이 있다면 아마 그런 사람들과는 잠깐만 이야기해도 면역체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아 물론 정신적인 면역체계에는 이미 타격이 가해진다. 니미럴, 이런 사람들과 상대하다 보면 내 페이스가 쉽게 흔들린다.


소설 삼국지에는 온갖 인물들이 등장한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대적하지 말라는 말은 아마도 온갖 인간 군상들이 얽히고설킨 이야기에서 그 인물들의 삶의 결과와 말로가 어떻게 되는지가 책에 다 나오기 때문에 그것을 세 번이나 읽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 온갖 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통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삼국지에는 유형이 다른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성명학의 본질이 통계학이듯 그것 또한 인간에 대한 통계 논리일 것이다.


삼국지를 세 번 읽었으면 그런 무례한 사람을 휘어잡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었을까. 불행히 나는 소설 삼국지를 다 읽어보지 못했다. 삼국지의 줄거리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적 했던 시뮬레이션 게임 덕분이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나 영걸전 공명전 조조전 등이다. 게임을 하면 내가 특정 주인공에 빙의하여 상황을 헤쳐나가기 때문에 단순히 책을 읽는 것보다 몰입감이 좋다. 그 덕에 삼국지연의의 전반적인 스토리나 등장인물들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삼국지 게임이 소설보다 좋은 이유가 한 가지 있다. 등장인물들의 성향과 능력치가 항목별로 수치화되어있다는 점이다. 무력 98, 지력 72, 매력 83, 정치 63 등, 100점을 상한으로 표현된다. 소설에서는 아마도 이런 능력치들을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일화를 바탕으로 유추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처음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게임은 보통 그 인물에 대한 정보를 보고서 형태로 열람할 수 있어 그 인물을 파악하는 게 더 빠르고 용이하다.


업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많다. 이래저래 따지면 직접적으로 새롭게 관계를 맺는 사람이 1년에 50명은 넘을 것 같고, 간접적이고 1회 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적어도 천명은 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상의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보고 산다. 하지만 그 사람이 무례한 사람일지 매너 있는 사람일지는 겪어봐야 알 수 있다. 통화라도 한 번 해봐야 '아 이 사람 참 피곤한 스타일이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엮여봐야 좋을 일 없는 사람들. 내 삶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악당 같은 인간들이다.


게임 삼국지처럼 인간들의 보고서를 미리 입수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업무역량 82, 인간성 64, 결단력 94, 직관력 72 등 그 사람의 능력치가 그래프로 표현되고 간단한 열전까지 읽을 수 있으면 말이다. 물론 그런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판단하여 불쾌한 사람을 다 피하며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예상되는 공포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컨트롤 가능한 게 인간이란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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