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이야기
얼마 전 헬스장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탈의실에 들어가 락카 하나를 골라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웬 거구의 백인이 샤워에서 나왔다. 헬스장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더부룩한 배. 백인은 샤워실 문 앞에서 주황색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그때만 해도 난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줄 몰랐다. 그런데 환복을 하고 다시 운동 공간으로 나가려는 찰나에 백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뭐라 뭐라 하면서 목 주위를 가리키기에 난 내 목에 뭔가 묻은 줄 알고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내 목에 뭔가 묻었다는 것이 아니라 목까지 감싸는 내 운동복의 목 부분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런 용도인지는 모르겠는데 백인은 날이 추워져서 목까지 감싸는 운동복을 입은 것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묻는 것인지 그냥 너는 그런 옷을 입었구나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그 말을 알아들은 순간부터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대략 들리기 시작했다. 간단한 이야기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이 사람은 한국에 거주한 지 10년 정도 됐고, 한국인 와이프에 몇 개월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도 있다고 했다. 캐나다 어느 도시에서 왔다고 했는데 그 도시는 캐나다 완전히 정중앙에 있고 꽤 추운 곳이라 했다. 짧은 문장들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대화가 랠리가 되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가는 나에게 그는 악수를 청했다. 이름을 말해주었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내 이름을 말해주고는 내 운동을 하러 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의 기분이 제법 좋았다. 그래 내가 그래도 이 정도 대화는 할 줄 알았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너무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그 자체가 뭔가 신선하기도 했다. 영어 회화를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했다. 뻔하게만 돌아가는 일상에서 무의미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 그 짧은 사건이 내겐 좀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