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연착을 막을 수 없는 1호선 일반열차의 속 터짐을 겪지 않기 위해 나는 출퇴근 길에 주로 급행열차를 탄다. 물론 급행열차의 인구밀도는 가끔 잔인하리만치 상상을 초월하지만 일반열차의 고장과 연착과 변덕스러움을 겪을 바에야 차라리 급행열차의 숨 막힘을 겪는 게 낫다. 그나마 나는 역곡 ~ 신도림 구간만 견디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기도 하거니와 그것도 10년을 타다 보니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어지간해선 지하철 내 복잡스러움으로 인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한숨을 퍽퍽 쉬거나 짜증을 참지 못해 아무 실효성 없는 불평을 입 밖으로 내뱉는 1호선 초짜들을 보면 가슴속에서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짜증 낼 것도 없는 것이 한 열차에 탑승해 운명 공동체가 된 이상 결국 서로는 서로에게 짜증의 원인 제공자 일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누가 누굴 탓할 것도, 누가 누굴 탓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1호선 급행열차는 단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초 절정의 밀착일 뿐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뭐 그리 짜증 날 일도 없다.
하지만 나는 오늘 출근길에 1호선 일반열차를 탔다. 급행열차의 간격이 멀어지기 전의 마지막 열차를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탑승한 일반열차는 아니나 다를까 매 정류장에서 연착이 되었고 그럴 때마다 안내방송이 나왔다. "손님 여러분께 안내합니다. 앞차가 많이 밀려있어 우리 열차 이번 역에서 1분간 정차한 뒤 출발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 1분 1분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나의 출근 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지고 만다. 이따금씩 어쩔 수 없이 완행열차를 탈 때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하철 어플로 정상적인 도착시간을 확인하고는 하지만 그 언제나 1호선 일반열차는 속절없는 연착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만다. 속 타는 마음은 보너스요 지각은 덤이다.
그 덕에 나는 오늘 시청역에 내려 택시를 탔다. 어플에 나와있는 시간대로 도착했다고 할지라도 좀 빠듯한 시간이기는 했고, 그렇기 때문에 내 탓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시간 1호선의 연착은 그야말로 야속함 그 자체다. 그건 '오늘은 괜찮지 않을까?'라는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는 일상의 선생님 같은 존재이고, 그것을 통해 삶의 성찰의 기회를 주는 시험대 같은 무엇이다. 속절없이 정차하는 1호선 열차 한 구석에 몸을 기대고 출발하지 않는 열차를 마음속으로 탓하다 보면 결국은 어리석음은 내 몫이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다. '믿을 것을 믿어야지, 1호선 일반열차를 믿냐'라는 스스로를 향한 질문을 던지고 나면 삶의 스트레스란 세상을 지혜롭게 보지 못한 본인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