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운전할 일이 많다. 이래저래 따지면 못해도 하루에 두세 시간은 차를 모는 것 같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서울이라는 복잡-혼란스러운 도시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다들 어딜 그렇게 가는 것인지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도로는 질서와 혼돈이 교차되는 난잡하기 그지없는 공간이다. 광화문, 을지로, 강남과 양재를 지나는 순간들은 마치 억지로 걸음을 느리게 걷는 것처럼 브레이크를 통해 엑셀이라는 본성을 억눌러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차에서 노래를 불러댄다. 자동으로 블루투스에 연결되는 스마트폰에서 좋아하는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면 비트 위에 랩을 뱉는다. 다이나믹듀오, 코드쿤스트, 팔로알토, 더콰이엇의 세련된 노래들을 앨범 단위로 리스트 업 시켜두고는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 재생시킨다. 똑같은 노래를 수십 번씩 돌리며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한 곡의 가사를 통째로 외는 수준까지 도달한다. 그렇게 완곡의 경지에 이르는 노래가 한곡 두곡, 또 세곡 네 곡 쌓이다 보면 붐비는 도로 위도 그렇게 답답한 공간이지만은 않게 된다. 아마도 그것은 두 손과 두 발이 묶여 있는 차량 안에서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최선의 생산성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힙합 음악은 한 때 나에게 꿈이자 취향이었다. 이어폰이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수백 번 반복하며 듣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큰 황홀감을 주었다. 억지로 가사를 외우지 않아도 어느 순간이면 한 곡을 내뱉을 수 있던 그 시절, 힙합 음악은 나를 나이게 만들어주는 무엇이었다. 축제 기간이면 학교 강당에서 랩을 내뱉던 교복 입은 아이는 이제 아재가 돼가고 있지만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순간이면 다시 그 시절 감성으로 돌아간다. 나는 붐비는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는 월급래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