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1-2.약점이 가진 강점,성장 가능성

[책 줄여 읽기] 다윗과 골리앗 - 제1부 약점의 유리함, 강점의 불리함

by 글객

1. 챔피언 페라리를 벼랑 끝으로 몬 도전자 포드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포드v페라리에는 극 중에서 포드사 스포츠카 제작과 레이싱팀의 책임자로 있던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회사의 오너인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가 레이싱 대회에서 포드가 페라리에게 패배한 결과를 두고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헨리 포드 2세는 사장실로 캐롤 셸비를 불러들여 다짜고짜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진다.


당신과 당신의 직원들을 전부 해고시키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해봐


묵직한 돌직구 같은 거친 질문을 받은 캐롤 셸비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낸다. 자동차 성능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이라 자세한 부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대답이 캐롤 셸비의 입으로부터 나왔다.


레이싱팀 운영에 대한 보고사항이 결제라인을 타고 사장님까지 가는 과정에서 방향성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포드는 이건(?) 부실했고, 저건(?) 부족했고, 그건(?) 형편없었죠. 하지만 그런 포드가 페라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습니다. 페라리는 지금 포드를 두려워하고 있을 겁니다.


듣는 이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셸비의 논리적이고 명쾌한 설명에 사장 헨리 포드 2세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셸비는 사장인 헨리 포드 2세로부터 레이싱팀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본인에게 직접 보고할 것을 명령받는다. 유비의 검을 받아 군 통솔의 전권을 얻어낸 제갈량처럼 말이다. 절대적 권한을 부여받은 셸비는 이후 더 나은 자동차를 개발하여 본인이 원하는 드라이버,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레이싱 대회인 르망24시에 참가하게 된다.

레이싱계의 도전자 포드와 챔피언 페라리의 대결을 그린 영화 포드v페라리



2.무한한 풍요는 삶의 윤택함을 보장하는가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영화 포드v페라리에서 해당의 장면은 책 [다윗과 골리앗]이 말하는 약점과 강점의 이중성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약점과 강점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공존하는 무엇이라는 이야기다. 유시민 작가는 이런 '장점과 단점'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장점과 단점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어떤 사람의 개성은 누군가에게는 단점이고 누군가에게는 장점이다."라는 이야기를 모 방송 중에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약점은 언제든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것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면 '0' 상태에 있는 무엇은 어떤 에너지를 투입하였을 때 성장할 수 있는 확률과, 투여된 에너지에 비한 성장폭도 크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가 레이싱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것을 자동차에 빗대어 말해보면 바퀴가 없는 자동차에 바퀴를 달았을 때 차가 얼마나 빨라지겠느냐와 같은 이야기다. 너무 극단적이어서 어처구니가 없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제로상태에 있는 무엇은 성장 가능성과 성장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결점은 미래에 강점이 된다는 말이다.


책이 1부 2장에서 말하고 싶은 것의 핵심은 이런 맥락의 반대 지점의 이야기다. 무한한 권리와 부 혹은 끝없는 풍요가 과연 그와 비례한 만큼의 삶의 윤택함을 보장하는가라는 이야기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몇 가지의 사례를 드는데 한 가지 사례는 초등학교 한 학급의 학생 수에 관한 이야기고, 또 한 가지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 할리우드 스타의 양육과 관련한 이야기다.


한 학급의 학생의 수는 부모의 재력과 반비례한다. 부모의 재력이 좋으면 혹은 교육비에 관한 세금을 많이 지출하면 한 반의 학생 수는 적어질 수 있다. 한 학급이라는 것은 그만큼의 공간과 물질을 점유하고 있는 무엇이고 그것을 관장하는 선생님까지를 포함하는데 단순화시켜서 말하자면 부유한 부모는 부유한 지역으로 몰리고 교육과 관련한 세금을 많이 낼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선생님을 많이 고용할 수 있게 되고 학교에 교육비도 많이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는 적은 학생 수로도 학교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한 학급, 한 선생님 당 학생 수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


그런데 한 학급의 학생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좋기만 한 것일까? 책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선입견에 날카로운 칼날을 댄다. 쉽게 생각하면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개별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게 하고 더 많이 지도받을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무한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만 같지만 그 수가 특정 숫자 이하로 돌입하게 되면 오히려 부정적인 양상을 만들어낸다. 학생 수가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아이들은 부모가 운전하는 차의 뒷자리에 앉은 형제자매들처럼 칭얼거리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책의 비유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또한 전체적인 생각과 의견의 숫자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학급 안에서의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가 않으며 너무 가까운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는 학생이 그 관심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을 때 딱히 숨을 곳을 못 찾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성적이 부족하거나 상대적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기 어렵게 되기 때문에 그들은 외로워지고 또 고립된다. 학생들 사이에 다양한 그룹이 형성되지 못하여 수직적 관계성에서 나오는 왕따 문제도 심각해진다.


문제는 선생님 개인에게도 발생한다. 맡아야 할 학생이 3,40명에 육박하는 선생님은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 사이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온전히 파악하는 것만도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 학생에 대한 상호작용은 너무도 미약하고 시험지라도 채점하는 날에는 가족과의 저녁식사를 포기해야 하는 직업윤리적 갈등마저도 겪어야 한다. 그래서 일정 수준까지는 한 학급의 학생 수를 덜어내는 것이 선생님의 지도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숫자 이하가 되면 그로 인해 선생님의 업무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의 성취도가 좋아지지 않는다. 이미 선생님에게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여유가 부여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선생님은 적은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더 적합한 새로운 교육 방식을 연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게 되지만 그런 어려움을 자발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너무 게으른 존재다. 선생님들은 업무에 관한 것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선택을 하게 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는 학생의 부모가 겪게 되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 두 번째 사례인 부모가 된 할리우드 슈퍼스타들의 이야기다. 할리우드의 슈퍼스타들은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사례가 많다. 할리우드의 한 거물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밑에서 어렵게 성장했는데 무엇인가를 갖고 싶으면 그 물건 값의 절반은 스스로 마련해야 했고 전기 불이라도 끄지 않은 날이면 자신을 향해 전기세 고지서를 흔드는 아버지를 봐야만 했다. 그런 달의 전기세를 납부하는 것은 어린 그의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거물은 어려서부터 돈을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여름날이면 아버지의 고물상에서 커다란 드럼통에 고철을 담는 일을 해야만 했던 거물은 자연스럽게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가난은 그 거물의 삶의 원동력이었고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삶의 습관을 몸에 배게 만든 것이다. 슈퍼스타가 된 그는 비행기 격납고 만한 집에서 살게 됐고 남의 집 크기만 한 공간을 전용 집무실로 사용하게 됐다. 현실의 어려움은 그가 그 현실을 딛고 일어서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어렵게 성취한 풍요는 반대로 육아의 힘겨움을 낳았다. 그가 가난을 딛고 성취욕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며 만들어냈던 삶의 성장 방정식은 모순적이게도 그의 자녀들에게는 애초부터 적용되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무엇인가를 사주지 못할 때 "우린 그런 형편이 안돼"라는 단순한 한 마디로 본인을 납득시킬 수 있었지만 전용기를 타고 람보르기니를 보유하게 된 지금의 자신은 아이들에게 그런 당위성 떨어지는 이야기를 애초에 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그는 할 수 없음이 아닌 하면 안 됨을 교육해야만 한다. 할 수 없음은 긴 설명도 필요 없이 단순히 현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하면 안 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삶의 경험을 녹여낸 논리를 그것도 아이들이 이해할 만하고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제공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이들은 본인의 노력 없이 주어진 무한한 풍요 속에 방치되어 나태와 게으름의 늪으로 빠져들고 만다.


두 가지 사례는 '부'라는 입력값의 증가가 '윤택함'이라는 출력 값의 무한한 증가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히려 부의 입력값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면 출력 값은 바닥으로 곤두 박질 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책은 '뒤집힌 U자형 곡선'이라고 표현하는데 입력값과 출력 값의 상관관계를 표현한 2차원 그래프가 꼭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에서 출력 값은 최초에는 입력값과 비례하며 상승하다가 입력값의 증가가 출력 값의 증가를 거의 가져다주지 못하는 구간을 지나 종국에는 입력값이 증가할수록 출력 값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소득과 양육의 상관관계, 책에서 발췌


학급 크기와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 책에서 발췌



3. 약자가 가지는 절대적인 무기, 투자 가치


[다윗과 골리앗] 1부 2장이 시사하는 것은 약점이 가진 강점이다. 그 강점은 '강점이 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에 있다. 약점은 강점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강점은 더 나은 강점이 되기 어렵다. 한 사회의 경제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금리와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는 것도 아마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경제의 발전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돌입하면 투입량의 증가가 그에 비례하는 수치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점점 어려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제 다시는 한강의 기적과 같은 양적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근 십년 간 창조 경제, 혁신 경제와 같은 키워드들이 계속 소비됐던 이유도 외부 자원의 투입이 더 이상 성장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일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아직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했거나 별로 가진 것도 없이 태어난 이들이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가 포드를 페라리의 경쟁 상대로 성장시킨 것처럼, 또 헐리우드의 거물이 가난한 삶의 현실을 딛고 성공한 인생을 성취해낸 것처럼 결여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성장가능성이라는 절대적인 무기는 강자들은 가질 수 없는 약자만의 특권이다. 성공한 예술가들이 초심을 중요시 하는 것, 엔젤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투자할 가치가 있는 블루칩을 게속 찾으려 하는 것도 모두 약자만이 갖는 강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전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신이 존재한다면, 아직 가지지 못한 자는 그에게 좋은 투자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커버 이미지 : https://pixabay.com/ko/photos/%EC%B0%A8%ED%8A%B8-%EA%B7%B8%EB%9E%98%ED%94%84-%EA%B8%88%EC%9C%B5-%EB%8D%B0%EC%9D%B4%ED%84%B0-2779132/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윗과 골리앗]1.상대의 예상을 뒤엎는 언더독의 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