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어떤 적절한 흐름이 보이지 않을때도 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그 실마리를 건드려보면,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생각자체가 어떤 하나의 생각흐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은 없다.
때로는 특별히 가치로운 생각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몸이 지치면 정신까지 흐려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지금의 나의 상태이다. 근사한 것을 기대하면, 그에 못미치는 나를 발견할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냥, 마냥 해야되는 때도 있다. 하지 않는 것보다야 무어라도 하는게 더 낫다. 생각에 기준을 두면 있는 생각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기준을 소멸시키면 머릿속에 언제나 생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마리는 언제나 그곳에서 시작된다.
생각은 관찰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은 제어의 가능성이 심히 달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두팔을 뻗는데 한계가 있듯, 생각과 정신도 범위가 있다. 때로 생각은 무한히 제어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생각은 물이 샘솟듯 그저 차오르는 존재이다. 샘솟는 물을 제어할 수 있겠는가. 제어해야 할 것은 샘솟는 물이 아니라 물을 담는 그릇이나 웅덩이다. 그것을 담고 있는 것을 매만져야한다.
좋은 생각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없는 것을 쥐어짜봐야 나올 것은 없듯이, 결과물이 별로 없다는 것은 담긴게 없거나, 담아낼 그릇이 없는 것일거다. 영감이 부족하거나, 답습하지 않았거나, 그런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심신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에서는, 자연에서는,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과 제어할 수 없는 것이 나뉘어져 있다. 현상은 결과물이고, 제어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다. 무엇을 제어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만큼 현명한 생각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