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 제주는 언제나 나를 품는다_episode_17 ]

by 글객
7/30(목) - DAY 4_2


#44


이번 제주 여행의 콘셉트는 약간 그런 것이다. 뭐랄까, 정적임과 다이내믹함의 순환이랄까. 휴양과 레저가 씨줄과 날줄처럼 반복되는, 그런 구성이 이번 여행의 작은 콘셉트다. 휴식이 궁극적 목적이긴 하지만 약간의 밑간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저염식은 건강에는 좋겠지만 매일매일 먹기에는 좀 지루한 측면이 있지 않겠는가.


여행의 넷째 날은 숙소가 교체되는 시점이었다. 그와 동시에 스쿠터를 대여하는 날이기도 했다. 첫 숙소는 제주시의 서쪽 중간인 한림읍이었고 두 번째 숙소는 같은 제주시의 동쪽 중간에 있는 조천읍이었다. 그 두 숙소의 거의 중간지점이 공항이 있는 제주시내였는데 그 근방에 있는 스쿠터 대여점에 오후 2시부터 스쿠터를 빌릴 수 있도록 예약해 둔 상태였다. 아무래도 제주공항이 교통편이 더 편하므로 처음에는 그곳으로 스쿠터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이용할까 했지만 왠지 여행을 끝마치기 전에 공항을 한 번 더 간다는 것이 김 빠지는 것처럼 느껴져 약간 외진 곳에 있는 대여점에 직접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해 둔 상태였다.


스쿠터를 빌린 후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하는 일정이 오후에 마련된 상태니 자연히 넷째 날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시간이었다. 동선이 긴 날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이동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첫 번째 숙소와 제주공항의 중간 정도에 있는 애월에서 투명카약을 타보기로 했다.



#45


여행의 첫 3박을 책임져 준 첫 첫 번째 숙소를 나와 체크 아웃을 하러 갔다. 이전과는 다르게 카운터에는 5~60대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계셨다. 아마도 처음 나를 맞았던 그 어린 사내는 리조트 주인의 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스마트폰을 보면서 나를 맞이한, 조금은 엉성해 보이는 서비스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단순히 아버지 일을 돕는 입장이라면, 뭐 그만하면 됐다 싶었다.


사실 전날 밖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방 카드키를 잊어버려 데스크에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키를 받았었다. 그때도 카운터에는 그 젊은 사내가 있었는데 별 내색 없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어주고는 새로운 키를 주어서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이 생겼었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인아저씨는 카드키를 반납하며 떠나는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 미소를 보니 어쩌면 내 실수에 대한 인수인계(?)가 안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키를 잊어버린 자에게 보내는 미소라기엔 너무도 밝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하찮은 오해일 수도 있다.


숙소를 나와서는 첫날 버스를 내렸던 반대편의 정류장으로 갔다. 이번에도 타야 할 버스는 202번이었다.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이 들어 도로를 왔다 갔다 하며 서로 다른 방향의 정류장 사진을 찍었다. 반대편 정류장은 해를 받아 밝은 모습이었고 버스를 타야 할 정류장은 역광 이어 어둡게 비치고 있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나니 얼마 지나지 않아 202번 버스가 도착했고 살짝 내려두었던 마스크를 코까지 덮으며 버스에 올랐다. 첫날 숙소에 도착할 때와 비교하여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파 브레드와 믹스커피 등이 담긴 작은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있다는 점과 머리에는 챙을 조금 올린 카우보이 모자를 쓴 상태라는 것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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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버스는 생각보다 빨리 나를 애월로 안내했다. 아마 어플에 나온 시간보다 절반은 빠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던 것 같다. 그 덕에 개장 시간인 9시 30분 보다도 전에 애월에 도착했는데 카약을 타는 곳은 한담 해변이었고 당일 아무 때나 카약을 탈 수 있는 티켓을 인터넷으로 구매해 둔 상태였다.


최초의 계획은 이러했다. 9시 30분에 개장하자마자 카약을 탄 후 바로 옆에 있는 봄날 카페에 2시간 정도 머물다가 12시에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스쿠터 대여점에 가는 것. 그러나 너무도 정확히 9시 30분에 도착해서인지 해변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기엔 꽤 썰렁한 분위기였다. 아마도 인터넷에 공지하는 개장 시간은 9시 30분이지만 통상 조금 여유 있게 오픈하는 듯했다. 카약을 운영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어쨌든 본격적인 움직임이 보이는 곳은 없었다.


많지는 않아도 짊어진 짐이 더 추가되서인지 몸이 더 처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봄날 카페에 먼저 가서 시간을 보내다 카약이 개장하면 점심 먹기 30분 전 즈음에 나오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봄날 카페에서는 한담 해변이 아주 잘 보여서 개장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그런 오션뷰 때문에 더 유명한 카페 지 않을까 싶다. 4년 전에도 그 명성 때문에 이곳을 찾아왔었다.


이 카페의 조금 특이한 면이라면 입구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나서야 입장이 허락된다는 점이다. 그런 약간의 폐쇄성이 마치 놀이동산에 티켓을 끊고 들어가는 것처럼 조금은 판타지적인 느낌을 준다. 카페는 실내와 외부로 나뉘어 있는데 외부는 흡사 갯바위 위에 카페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바다와 인접해있다. 물론 실내도 마찬가지지만 실내는 유리 창문을 통해 바다를 보게 되는 반면 외부는 그런 기초적인 장벽도 없이 바다를 맞이할 수 있다. 물론 조금 낮은 외벽은 있어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다. 사방이 탁 트인, 그것도 대부분이 바다인 공간에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런 특성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어 장시간 앉아 있기 어렵다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4년 전에 앉았던 바로 그 위치 즈음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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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할 때 주문한 음료는 캬라멜 라테였다. 당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겸하기 위해 베이커리 종류는 없냐고도 물었었다. 그런 물음에 직원은 베이커리류는 안에서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짐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은 나는 음료를 주문한 직원이 아닌 다른 직원에게 찾아가 당근 맛 머핀을 주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료와 머핀이 나왔다. 함께 나온 자그마한 스푼으로 간혹 그 머핀을 퍼 먹으며 음료를 마시고 책을 조금 읽었다. 머핀의 이름이 정확히 뭐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후에 영수증을 확인해보았지만 메뉴 이름이 인쇄되는 형식이 아니어서 알아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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