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는 언제나 나를 품는다_episode_26 ]
7/30(목) - DAY 4_11
#66
여행 전 두 번째 숙소를 미리 예약할 때 확인한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책상이다. 인터넷으로 본 숙소 사진에는 침대 옆 창가에 책상이 있었다. 사실 용운동에서 지냈던 첫 번째 숙소는 인터넷에서 보던 사진과 조금 다른 방이어서 살짝 아쉬운 측면이 있었는데 두 번째 숙소는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책상이 있었다. 나무무늬로 된 이 책상은 방에서 지내는 2박 3일 동안 식탁이 되어주기도 하고 글을 쓰기 위한 작업공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또 침대와 창문 사이라는 좁은 공간에 맞게 가로로 긴 책상이어서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을 두기에도 적합한 시설물이었다.
두 번째 숙소는 첫 번째 숙소보다 평수는 작았지만 더 깔끔하고 모던한 방이었다. 실내의 대부분의 공간과 가구, 소품, 설비 들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통일되어 있어 정돈이 잘 된 느낌이었고 에어컨이나 화장실도 더 신식이었다. 특히나 화장실은 인테리어가 깔끔한 것을 넘어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어 쾌적함이 느껴졌다. 방에 들어오면 정면에 가장 먼저 보이는 작은 주방도 역시나 깔끔한 상태로 준비되어 있었다.
용운동 숙소를 예매할 때 인터넷에서 보던 사진과 조금 다르다고 했던 부분이 이 두 부분, 책상과 주방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테이블과 간이 주방 정도였지만 어쨌든 '앉아서 무엇인가 작업을 할 수 있는 설비'와 '실내에서 끼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나로서는 그 양쪽이 모두 탈락되어 있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숙소 예약사이트를 통해 최저가의 숙박 정보를 찾고 결제를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만드는 일종의 생리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큰 저항 없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 류의 상황을 맞닥뜨릴 때 항의하기보다는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는 쪽으로 머릿속 CPU가 돌아가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생리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실현시키지 못했지만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숙소에서 밥을 해 먹는 상상도 하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낯선 곳에서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몰입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주방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여행 기간 중 갑작스레 거나한 요리를 해먹을 생각을 하니 어디서 장을 봐야 할지부터 막막해지는 측면이 있어 굳이 유난을 떨지는 말자는 취지로 적당히 포기한 부분이 있었다.
책상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했다. 코로나 정국을 돌파하고 있는 시대 속에 카페를 이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애초부터 숙소에서의 글쓰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물론 항목 '카페에서의 집필'은 마스크만 잘 착용하면 수행하기에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안 그래도 비염환자로서 원활한 숨쉬기에 작은 한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숨구멍에 마스크라는 사전 필터를 장착하는 것에 작은 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글을 쓸 때는 최소한의 몰입과 집중력이 필요한데 마스크를 쓴 채로는 숨을 쉴 때마다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 들고 그 사실 자체가 작업의 신경을 자꾸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는 했다.
그런 측면에서 두 번째 숙소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었다. 생리를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의 구비와 깔끔한 공간, 그리고 책상까지. 또한 가까운 거리로의 이동은 스쿠터로 해결이 가능한 상황을 마련한 상태였다. 한 인간에게 필요한 공간이 얼만큼인지는 각자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그 시점의 나에게는 6평 남짓한 그 공간, 딱 그 정도면 됐다 싶었다. 게다가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마을의 특성상 해가 완전히 진 후에는 창 밖으로 불빛을 찾아볼 수 없었고 방안의 전등마저 꺼버리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노트북 불빛과 작은 스탠드 불빛을 제외하면 그 어떤 불빛도 그 어떤 소음도 찾아올 수 없는 공간에서의 글쓰기는 집중하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나에게 정보와 신호를 줄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차단한 상태의 공간은 최상의 몰입감을 제공하여 시간의 밀도를 높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