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을 한 숙소에서 지내는 것은 어느 정도 그 공간에 익숙해지는 여유가 확보되는 느낌이라면 2박 3일이라는 시간은 단 하루 차이지만 훨씬 더 마음이 촉박한 느낌이 든다. 그곳에 채 익숙해지기도 전부터 이미 떠나는 것을 마음속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2박 3일이라는 기간이 주는 전반적인 느낌인 것 같다. 그건 군 복무 시절, 제법 휴가라고 말할 수 있는 출타의 기간이 3박 4일부터 인 것처럼 느껴졌던 것과도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된다. 오는 날의 절반을 쓰고 가는 날의 절반을 쓰는 2박 3일짜리 휴가는 항상 계륵과 같은 찬스로 느껴졌다. 반대로 첫 정기휴가였던 일병 휴가 때는 처음으로 9박 10일짜리 대형 휴가를 다녀왔는데, 휴가 복귀가 마치 재입대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시 바깥세상에 적응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충분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숙박 기간은 그 정도 일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나이를 한 두 살 먹을수록 같은 시간이 점점 더 짧게 느껴지니 말이다.
밀면과 떡갈비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이른 저녁으로 접어드는 시간이었다. 아침에 끓여놓았던 냄비 속 녹차는 완전히 식어 시원한 정도가 되어 있었고 그 걸 500ml의 생수병에 곱게 따르니 2병이 다 가득 찰 정도의 양이었다. 별 것 아닌 행동이지만 뭔가가 조금이라도 풍족해지는 것이 조금 더 부자의 마음을 만들었다. 농부가 작물을 수확하고 다시금 씨앗을 뿌리듯이 텅 비어진 냄비에 다시 물을 붓고 투숙객 용 현미녹차를 한번 더 끓였다. 생수병에 가득 찬 2병의 현미녹차는 잠에 들기 전까지 글 작업을 할 동안 마른 목을 적시는 음료가 되었다. 물론 저녁거리를 사느라 잠시 다녀온 편의점에서 구입한 맥주도 한 캔을 마셨다.
마치 앞뒤가 절반은 잘려나가는 듯 한 군인의 2박 3일 휴가처럼 스위스마을에서 묵는 시간 동안에는 제주절물휴양림을 다녀온 것이 이벤트의 전부였다. 한 손가락에 꼽히는 그 이벤트의 숫자처럼 그곳과의 이별의 시간도 꽤나 빨리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책상 및 의자의 존재와 고요하고 차분한 마을의 분위기 속에서 그간의 에피소드를 정리하고 글 작업을 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귀의 성과였다. 벽 한 면을 크게 차지하고 창을 통해 바라보는 그곳에서의 야경은 밤바다를 보는 것처럼 묘한 끌어당김이 있었다. 자연의 생리와 상관없이 언제나 차 소리가 들리고 언제나 불 빛들을 볼 수 있는 도시의 저녁과는 대조적인 무드가 느껴졌다.
스위스마을에서의 마지막 밤은 제주와의 작별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말했다. 비록 비행기를 탈 때까지는 이틀이 남았고 그 사이 또 한 번의 숙소 이동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곳은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한 용도로만 생각을 하고 있던 공항 근처의 싸디 싼 숙소였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은 최소한의 문화마저 거세된 그 값싼 숙소가 되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여행 마지막 밤은 스위스마을이었다. 그래서 그 밤은 아쉬움의 밤일 수밖에 없었다. 몸의 적은 아직까지 제주에 두고 있었지만 마음은 조금씩 서울에 던져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