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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도 결국은물적 자원이지요.

[자꾸만 경제적으로 생각해보기]

by 글객

인터넷 세상은 '가상의 공간'이라는 별칭 덕인지 물리적 기반이 없는 자원처럼 느껴지고는 한다. 스마트폰만 쥐고 있으면 내 눈앞에서 정보가 생겼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것이 마치 소리가 그때 그때 발생하고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에너지만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정보는 비록 인간의 기준에서 아주 협소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지구 상의 어떠한 공간을 지금도 차지하고 있다. 모르긴 해도 인터넷 상을 떠도는 방대한 정보들 중 많은 부분은 거대한 서버들에 저장되어 거의 반 영속적인 생명력이 부여되어 있을 것이다. 마치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것처럼 데이터와 데이터들은 서버라는 대규모 신도시에 입주하여 층층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꽤 오래전에 신문기사를 통해 지구촌 굴지의 IT기업의 서버 관리가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 기업은 구글 혹은 아마존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버를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해수가 필요하고 그렇게 데워진 물이 다시 바다로 방류되면서 뜨거운 온도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보면서 '전산 자원이란 무형의 자원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물리적 자원에 의존하는, 자연에 기반하는 존재구나'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 근래 홍익대학교 유현준 교수의 영상을 많이 보고는 한다. 여러 방송과 강연,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공간의 확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정확히는 차원의 확장을 말하는 것인데 시대가 발전하고 산업과 생활환경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는 시점에 그전에 공간을 소유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공간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건축기술이 발달하여 고층의 건물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즉 2차원의 땅을 3차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토지를 소유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허공에 존재하는 땅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더 현대에 와서 발생한 것이 온라인 세상이라고 한다. 도시 인구가 계속해서 과밀해지면서 물리적 영토는 취득하기 어려워졌지만 그 사이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영토가 태동하면서 다시 한번 '영토'를 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런 기반으로 탄생한 회사들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굴지의 IT 기업일 것이다. 또한 개개인들은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여 키우거나 블로그를 잘 가꾸어 광고를 받는 등 새로운 형태의 영토의 주인이 되었다.


어느 때부터 카카오는 앞으로의 세상의 부동산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용들은 그 생각을 더 공고히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유동인구 많고 목 좋은 곳의 상가 임대료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인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광고를 하거나 상품을 파는 것은 그렇지 않은 곳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의 국민인 이상 이 땅에 두발을 떼고 살 수는 없는 것처럼 카카오는 계속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시간을 그 플랫폼 아래 종속시키고 있다. 단순 채팅 서비스에 불과했던 그 시작을 뒤로하여 지금은 금융도 카카오고 택시도 카카오고 지도도 카카오고 심지어 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인 세상으로 점점 변모하고 있다. 국내 수많은 엔터사들은 현재 카카오에 인수되고나 많은 지분을 카카오에서 가지고 있는데 그에 속한 여러 스타들마저 유상증자를 통해 카카오사의 주식을 꽤 많이 보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카카오로 꽉 채워진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만약 그것을 들어낸다면 대중들이 가진 각자의 24시간은 상당한 수준의 균열이 일어나 굉장한 크기의 시간 공백이 발생할 것이다. 물론 카카오를 예로든 이야기이지만 여러 IT기업 또는 플랫폼 회사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허공에 존재할 것만 같은 온라인 세상도 결국은 자연에 기반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온라인 영토란 팽창할 대로 팽창한 오프라인 영토의 대안처럼 등장한, 정보 기술이 낳은 신대륙과 같이 느껴지지만 결국은 고층빌딩을 건설하는 것처럼 같이 땅의 생산성을 증폭시킨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 증폭의 정도가 이전과는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극도의 수준을 띄고 있어 거의 무한해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연에서 완전히 발을 띄고 있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필요한 수준만큼의 낭비는 미덕으로 생각하는 인간 내면의 특성상 극도로 많아진 자원은 덩달아 늘어나는 소비와 낭비로 인해 오래지 않아 별 특별한 것 없는 것이 되어 버릴 테니 결국 인터넷 세상이란 땅의 구속력에서 탈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땅의 가치를 더 드높인 역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구글은 2021년 6월부터 무제한으로 제공하던 구글 포토의 용량을 유료화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수뇌부들은 사실 서브를 세울 부지를 찾기 위해 부동산을 들락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선가 서버를 바닷속에 침수시켜 운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있지만 어쨌든 그것도 '영토'가 '영해'로 바뀐 것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그 많은 정보와 가치의 원류를 찾아올라 가다 보면 인간 삶의 기반이란 결국 자연에서 이탈해 있을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양에 땅을 사면 대대손손 팔지 말아라'는 선대의 명언은 농업에서부터 문명이라는 것을 쌓아 올린 인간 삶의 모든 가치는 결국 두 발을 딛고 서는 바닥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서버가 올라타고 있는 땅의 생산성은 그들이 함유하고 있는 정보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저 시골에 길도 나 있지 않은 땅 비해서 과연 몇 곱절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몇 백 년 후 세상의 부동산 투자자들은 지하철이 들어오고 신도시가 건설될 지역이 아니라 대용량 서버가 들어설 지역을 찾아다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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