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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방법

by 글객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릇에 물을 담는 것과 같아서 내 마음의 크기가 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내 안에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릇이 작아 내 마음의 이야기조차 담아내기 어려우면 입이라는 공간으로 그것이 흘러넘치고, 흘러넘치는 물은 더 그릇이 큰 사람에 의해 수용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그저 바닥으로 흩뿌려져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듣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은 제 때 나의 그릇을 키우지 못했다는 사실의 반증이 아닐까 싶다. 어떤 형식으로든의 여유가 내 안에 존재해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재해석하지 않고 내 안에 담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온전하게 듣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행동이 아닌 것 같다.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내 생각의 헐거움을 채우는 과정이다. 좁은 그릇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각의 파편이 들어올 여유가 없고 그래서 내 생각의 파편으로만 퍼즐 맞추기를 하게 되면 온전치 못한 숫자와 종류의 퍼즐로 그림을 완성하는 꼴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는 또 다른 퍼즐이 함께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판을 미리미리 확장시켜두거나 아니면 그 경계를 애초에 정해두지 않아야 더 아름다운 생각의 작품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꿈을 크게 꾸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그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전을 넓게 갖고 생각의 깊이를 깊게 파두어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안에 자리 잡을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더 넓게 보고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나만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는 우리의 미래를 함께 만들기 위해서 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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