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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choice? Just a choice

by 글객

일을 함에 있어서 무엇이 과연 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의견을 보태는 것을 가지고 일을 한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요리하는 며느리 옆에서 잔소리를 했다고 시어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닌 것처럼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일을 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결국 일이란 결정하는 일인 것 같다. 정보를 취합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담당자의 업무란 징검다리를 건너듯 업무의 프로세스를 진척시키는 것이다. 완벽하게 반대편까지 건너든지 아니면 수없이 발이 빠져가면서 건너든지 간에 제 발로 다리를 건너야만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리를 건너는 것이 최적의 방법인지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누군가의 등에 엎여 나도 반대편으로 갔다고 해서 다리를 건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 경우에는 영원히 누군가의 등에 엎여 징검다리를 건너야만 할지도 모른다.


결정을 한다는 것은 고달픈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별 도리가 없는 일이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결정도 쉽지 않은 것이 삶인데 나를 주변으로 다양한 사람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 어떤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어떻게 어렵지 않을 수 있을까. 즐기는 것일지라도 일이 되면 힘들어지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이 생길 수밖에 없고 누군가를 서운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일을 하는 것이다. 신동엽이 세상에 좋은 결정은 없고 그냥 결정만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일을 하고자 한다면 모두를 만족하게 만드는 수는 없다는 숙명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같다. 그것이 나를 조금은 힘들게 만들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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