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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by 글객

책의 어느 한 구절에서 실수를 대하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을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실수를 대하는 자세로부터 성장의 가능성을 부여받게 된다. 실수를 외면하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여 나아가지 못하고 실수를 제대로 응시하면 그로부터 배움을 얻고 다시는 그 실수를 겪지 않게 된다. 이건 '문제'에 관한 태도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실수를 제대로 응시해 오류를 고치는 방법을 깨달으면 남은 인생은 그 실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강한 이들이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실수를 쳐다본다는 것은 다친 부위에 소독약을 뿌리는 것과 같다. 그것처럼 아프다. 하지만 제 때 소독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당장은 고통을 느끼지 않더라도 흉터가 생기듯 실수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으면 계속해서 그 실수의 덧에 빠진다. 인생의 길에서 구렁텅이를 남겨둘지 그렇지 않을지는 이 실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로부터 결정될 수 있다. 실수를 방치하는 인생은 곳곳이 지뢰 밭일 수 있다. 나아갈수록 괴로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실수는 우리를 더 강하게 한다. 실수를 잘 교정한 인생은 아무 실수도 하지 않은 인생보다 더 옹골지다. 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처럼 저지른 실수를 제대로 응시하지 않으면 나아짐을 이룩할 수 없다. 스무 살의 재수 시절 그렇게 치열하게 오답노트를 만들고 반복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그때부터도 인생의 본질은 똑같았을 것이다.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 남궁민의 대사처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다시는 소를 기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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