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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Jun 16. 2022

인정(認定)이 인정(人情)입니다

경험이 전부다라는 말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아주 소소한 일일지라도 단 번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삶의 경험을 가진 타인의 생각과 그 생각에 기반한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 삶의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안도감이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도로 인해 나의 생각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는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려고 억지로 애쓰는 것은 마치 다른 행성에 사는 외계인을 나의 행성으로 잡아끌어드리는 것과 같다. 우주의 행성들을 서로 다른 대기 조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인은 지구라는 독특한 환경을 떠나면 죽는다. 우리를 안락하게 만드는 지구의 특별한 구성요소들은 머나먼 우주에 살고 있는 우주인에게는 질식의 요인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행성의 우주인을 친구로 맞이하는 방법은 우리에게만 행복한 지구행성에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다.


이해보다는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우리는 공부를 하면서 이해해야 하는 부분과 암기해야 하는 부분이 나뉘어 있음을 경험했다. 이해만 했다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고 반대로 암기만 했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받아들임의 영역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세상에 대한 평가고사에서 받을 수 있는 점수는 한계가 있다. 나의 우주를 확장 하는 것은 만물을 지구로 초대하는 게 아니라 그 수많은 행성들이 거기에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 독특함들을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이 아닐까. 그 모든 만물을 지구로 초대하면 모든 것이 파괴되지만 그들을 받아들이면 그것은 우리 생각의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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