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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27. 2023

손이 너무 크면 달을 가립니다

리더가 자신의 비전을 구성원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한다고 생각할 때 자주 말하는 관형어가 있다.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을 쳐다보냐?"라는 말이다. 이 말은 비단 리더만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전달함에 있어서 그 목적이 경향성에 있는데 듣는 이가 내용의 디테일에 집착하거나 사용된 예시에 매달려 대화의 진도가 나아가지지 않을 때 주로 사용하게 된다. 설익은 이야기지만 방향성을 주목해 달라고 하는 호소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소통 단절의 원인이 전적으로 듣는 이에게 있다고 느껴지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을 쳐다보냐'는 말을 하지만 그 손이 너무 커서 달을 가려버릴 지경이면 애초에 그 달을 쳐다볼 수 없게 된다. 비전의 제시는 담대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지나친 욕심이나 이기심으로 내용이 주관에 빠지고 맥락이 사라지거나 방대해지면 그 내용을 헤아리느라 정작 방향성이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럴 때는 달을 보지 못하는 현실의 책임이 청자에게 있다고 볼 수가 없다.


또는 그런 경우다. 만약에 리더는 거인이고 팔로워는 평범한 인간이라서 높은 산 너머에 있는 무엇이 리더에게는 보이지만 팔로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리더는 그 상황자체를 납득해야만 한다. 그 너머의 무엇이 보일 수 있도록 팔로워를 높은 지점으로 잠시 들어주거나 아니면 그 지점을 볼 수 있도록 미리 성장시켰거나 그것도 아니면 마치 실제로 보이는 것처럼 그 지점을 최대한 정확히 묘사해 주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지 왜 당신들은 저렇게 명확히 보이는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느냐며 질책을 하는 것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을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을 쳐다보느냐'는 한마디로 무마할 수 없다. 달을 가리키는 그 손도 손 나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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