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 Dec 01. 2022

김광현과 양현종의 차이

모 야구 전문가는 KBO 최고의 좌완 라이벌인 김광현과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다. 김광현은 아직도 단점이 보이는 투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양현종의 경우 전반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상태라고. 그렇기 때문에 김광현의 경우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김광현의 경우 그 단점이 보완된다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지만 양현종의 경우 지금이 한계점이기에 더 수준 높은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공교롭게도 1년의 차이를 두고 그 둘은 각각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했다. 둘 모두 1,2년 사이에 국내 무대로 복귀했지만 김광현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코로나19라는 악조건으로 인한 불확실한 스토브리그 상황 때문에 국내 복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양현종의 경우 메이저와 마이너 무대를 오고 가며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쓸쓸히 떠나듯 국내 무대로 돌아와야만 했다. 모 야구 전문가의 예견이 그대로 맞은 듯이 말이다.


실력이란 못하던 것이 잘해질 때 는다. 농구 천재 마이클 조던과 농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농구에 필요한 능력이 10가지라고 한다면 이 농구 문외한이 마이클 조던과 같은 실력이 되기 위해서는 그 10가지 영역에서 각각 마이클 조던과 같은 능력을 쟁취해야 한다. 마이클 조던이 색칠공부 책자의 완성품이라면 윤곽만이 존재하고 텅 비어 있는 초기의 상태가 농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의 상태이다. 그 빈칸 하나하나를 채워가는 것이 농구의 실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이고 더 이상 물감을 채울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는 비로소 마이클 조던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신기한 것은 농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이미 윤곽이라는 밑바탕은 제공된다는 것이다. 이미 농구라는 분야에 업적을 남긴 마이클 조던이라는 사람의 발자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구자란 바로 그런 것이다.


아직 모자란 것 투성이란 것. 단점이 많고 미완성의 영역이 남아있다는 것은 그래서 더 나아갈 부분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많은 단점이 존재하고도 얼마 안 되는 장점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거나 의미를 또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아직도 성장할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음을 뜻한다. 그 어떤 분야든, 아니 분야를 넘나들어서까지도 세상에는 수많은 선인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발자취에서 영감을 얻어 비어있는 색칠공부의 칸을 나만의 색깔로 채워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매일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무잇인가 잘 안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순간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고개를 들고 더 멀리 지평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See overside. 완성의 상태를 상상하고 현재와 그 사이를 어떻게든 채워 나가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전부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을 벌리는 사람, 튕기는 사람, 흡수하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