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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14. 2023

카오스 필터

더하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중요하다. 현대인의 삶은 어떤 방어막이 상실된 상태다. 맥락 없이 찾아오는 정보들, 의도하지 않게 발생되고 쌓이는 각종 쓰레기들, 그리고 끊임없이 신호를 주는 PC와 스마트폰의 알람. 그것들이 내 주변을 무분별하게 채우는 것을 계속해서 방치하게 되면 시나브로 맥락이라는 것이 사라지게 된다. 규칙이 없이 마구잡이로 상호 간에 작용과 반작용을 주고받는 카오스 상태. 그 혼돈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이슈다. 끊임없이 방어막을 만들고 끊임없이 쓸데없는 것들을 버리는 것. 단순한 방어막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하거나 맥락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만이 나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필터를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한다.


내 주변이 곧 나이다. 그 주변은 인간과 동식물,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지 않으며 내가 인식하는 신호와 정보마저도 포함시킨다. 주변을 정리한다는 것은 내 주변에 무엇을 두고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며 그렇게 남겨두는 것들이 다시 나를 규정할 수 있도록 의도하는 것이다. 생각은 환경 속에서 자극을 받아 줍는 것이며 그렇게 주운 생각은 내 인식에 남고 그 인식은 행동을 준비하며 발현된 행동은 다시 주변에 작용한다. 그렇게 또 주변이 재설정된다. 인생은 이 과정의 끝없는 반복이다.


인간이 한 번에 인식할 수 있는 범주는 한순간에 기껏해야 3,4개뿐이다. 그 가짓수에 속하지 못하는 잡다한 것들에 대한 판단은 두 가지뿐이다. 버리거나, 또는 숨기거나. 끊임없이 그 판단을 하며 살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 뇌의 해석능력의 수준을 넘어서는 난잡한 상황 속에 스스로를 계속 빠트리게 된다. 그 상황은 늪과 같아 위험하며 발버둥 칠수록 더욱더 우리를 그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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