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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15. 2023

체스판을 물려받는 자식의 숙명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역할이란 전임 대통령이 두던 체스를 이어서 두는 것이라 말했다. 전임 대통령이 두던 체스판의 상황은 내가 원하던 것일 수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그 게임을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수를 두는 것. 그것이 대통령의 역할, 그리고 대통령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꽤 운명론적으로 들린다.


나는 이 개념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두던 체스판을 물려받아 자신의 게임을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식이라는 존재의 숙명 아닐까. 누군가는 상대를 압살 하는 판을 물려받을 수 있고 누군가는 살얼음판 같이 긴장되는 상황이어 단 한 수를 두는 것조차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기도 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게임자체를 포기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더불어 그 상대의 위력도 재각각이어 같은 상황이어도 누군가는 게임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도 또 누군가는 다시금 역전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 어떤 부모도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게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게임의 어떤 상황에서 그 판을 자식에게 물려주게 될지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욱 결정적으로 그들도 그 판을 그의 부모들에게 물려받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판이 원하던 판이었건 아니면 원하지 않는 판이었든 간에.


그래서 우리는 부모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자기 인생이 자기의 것이라고 규정한다 할지라도 인생이라는 것을 아주 장시간동안 이어지는 하나의 게임이라고 본다면 그 게임은 대를 잇는 레이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아마도 각자의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인 것과 그렇지 않은 마음의 상태는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서 분명이 차이가 있다.


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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