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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May 18. 2023

피타고리안 인생 승률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 화재거리 중 하나는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던 롯데 자이언츠의 약진이다. 9연승을 통해 단숨에 상위권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과연 이 흐름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끝을 예측할 수 있는 이론 중의 하나가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란 이론이다. 복잡하지만 간략하게는 한 팀이 득점을 만드는 능력과 실점을 하지 않는 능력만 가지고 한 시즌의 승률을 예상하는 이론이다. 공격력이 약한 팀도 어떤 한 경기는 대량득점을 할 수 있다. 수비력이 좋은 팀도 때때로 대량실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일정기간 동안은 승패라는 결괏값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지금의 롯데처럼 말이다. 하지만 144라는 어마어마한 경기수를 감당해야 하는 프로야구에서 결국 그 모든 경기를 치렀을 때는 그 팀이 가지는 공격력과 수비력에 의해 승률과 순위가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피타고리안 승률이론이다. 샘플의 숫자를 늘릴수록 결괏값이 통계적으로 평균에 수렴한다는 의미로서 어떤 타자의 타율과 득점권 타율은 그 선수의 커리어 전체로 봤을 때는 보통 차이가 없다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롯데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금의 순위, 선두권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팀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가늠할 수 있는 팀 타율, 장타율, 출루율, 평균자책점 등을 보면 지금의 순위를 유지하지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합리적이다. 롯데의 경우 팀타율과 출루율은 각각 3위, 4위로 상위권이나 장타율과 평균자책점은 6위와 8위에 랭크되어 있다. '투수놀음'이라고 불릴 만큼 투수력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야구에서 평균 자책점이 8위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같은 선두권인 LG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 1위, 평균자책점 3위이며 SSG의 경우 타율은 6위에 머물러있지만 평균자책점에서 1위에 등극해 있고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3위와 2위다.


야구의 경우 연쇄적인 공격의 성공이 득점을 만들고 연쇄적인 수비의 실패가 실점을 만든다. 홈런을 치지 않는 이상 적어도 두 세명의 타자가 연속으로 안타를 쳐야 득점이 생산되며 반대로 수비의 입장에서는 한두 번 안타를 허용하더라도 그다음의 타자들을 아웃시키면 실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팀타율이 높다는 것은 팀의 타자들이 고르게 안타생산력이 좋다는 의미이며 팀 평균자책점이 낮다는 것은 투수들의 수비력(및 야수들의 수비력)이 고르게 좋다는 의미다. 결국 두 지표가 좋다는 것은 한 두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 또는 승패라는 결과물이 운에 의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뜻하게 되며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운의 영향력이 줄어가는 144경기라는 높은 샘플값은 팀의 시즌 성적을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에 가까워지게 만든다.


야구는 인생과 닮아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러한 대목도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는 부분 중에 하나다.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은 과정이고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승패가 결과라면 팀의 타율과 평균자책점들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들 개인은 자신의 타격기술을 높이는데 열심을 다할 수 있다. 코치진과 감독은 그러한 선수들의 능력을 고려하여 어떤 타선 또는 타순이 상대방을 이기는데 더 유리할지를 연구하고 적용할 수 있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피칭을 연구할 수 있고 코치진은 그 선수들에 대한 기용을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라는 과정이 당장 이 한 경기에서 얼마나 응집력을 만들 수 있는지 그래서 승패가 어떻게 결정될는지는 알 수도 없고 제어할 수도 없다. 다만 그 확률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분석과 실행을 할 뿐이다. 그 결과 그 한 경기는 기대대로 승리로 마무리될 수도 있고 기대한 것과 다르게 패배를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144경기를 다 치렀을 때의 그 팀의 성적은 그렇게 발휘해 온 실력에 비례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삶이라는 것도 그렇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능력에 넘치는 결과물을 받기도 하고 애쓴 만큼의 결과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결과물을 나의 것이라고 오판을 하면 두 경우 모두 좋지 않은 감정의 흐름으로 자기 자신을 밀어 넣게 된다. 전자는 자만을 낳고 후자는 낙담을 낳는다. 그것이 자신의 실력이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자만은 장기레이스에서의 성취의 근간이 되는 노력이나 자기 훈련을 등한시하게 만들고 낙담은 몇 번만 더 시도하기만 해도 다시금 성취할 수 있는 결과물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물에 취하거나 상처받지 않고 과정이나 자기 자신에 집중하여 계속해서 시도해야 하며 그것이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이 제어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결과물을 어떻게 해보려는 뜬구름을 잡는 것만큼이나 실체가 없는 무엇을 쫓으려는 행동이다.


부족한 세부지표에도 불구하고 롯데자이언츠가 올 시즌의 성적을 좋게 가져갈 확률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반대로 계속해서 세부지표를 끓어올려 지금의 성적이 실력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부지표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얻게 될 시즌의 성적표는 일회적일 가능성이 높다. 일회적인 결괏값은 특이점으로 규정하여 논의에서 제외하는 것이 인문과 과학에서의 평범한 절차다. 왕조라는 이름으로 장기간 동안 호성적을 유지했던 SK, 삼성, 두산 등의 팀 성적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그 결과물이 반론의 여지없이 그들의 실력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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