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 May 17. 2023

차무식이라는 인물에서 범죄만 걷어내보면

최근 본 드라마 중 가장 울림이 있었던 것은 카지노였다. 주인공 차무식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그가 저지르는 범죄만 드러내면 그곳에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치열함만이 남는다. 그런 점이 작용해서인지 그 인물은 가끔씩 올바르게 보이기도 한다. 범죄자임에 틀림없지만 그가 처단한 인물들은 모두 비열하거나 죄를 저질렀거나 인간 사이의 신뢰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차무식이라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정의로워 보이기도 한다. 묘한 감정이다.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 멋있어 보이다니.


그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비치는 어떤 철저함은 꽤나 탐나는 내면이다. 마치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것을 대비하며 한 순간도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최민식의 연기가 대단해 보이는 것은 그 캐릭터가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지니고 있고 배우가 그 다양함을 모두 잘 표현해 내기 때문인데 그렇다는 것은 이 인물이 내면적으로 굉장히 풍성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죽일 정도로 냉혹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때로는 굉장히 순수한 면으로 사람을 대하며 어떨 때는 너그러운 면으로 다가가다가도 필요할 때는 냉혈함으로 상대방의 뇌리에 경종을 울린다. 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내면과 태도는 단순한 심리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타개해 나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무기처럼 보인다. 다양한 무기가 있다는 것은 다양한 난관을 헤쳐나갈 자격이 있음을 말해준다.


카드게임에서 유리한 사람은 더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카드를 보유한 사람은 상대방의 패를 이길 수 있는 패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차무식은 인생이란 장기레이스에서 꺼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은 사람임과 동시에 그것에 절대 취하지 않고 또 그것을 절대 낭비하지 않는 사람이다. 차무식에서 범죄만 드러내면 분명히 그 인물에게는 본받아야 할 점이 존재한다.


23.05.16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의 유한함. 그 절대적임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